'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1999년 가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전국의 산하를 자전거로 周遊(주유)했던 소설가 김훈 씨는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서 그렇게 말했다. 자전거를 저어갈 때 2만5천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온갖 길들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나가더라고.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고도 했다.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고 예찬했다.
맑고 상쾌한 날이면 낭만파들은 곧잘 자전거 하이킹을 꿈꾼다. 바람을 가르며 두 발로 씽 씽 페달을 밟는 자신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하지만 대개는 어쩔 수 없이 상상으로만 끝날 뿐…. 현실 속 길들은 밤낮 차들로 가득 차 있고, 두 바퀴 자전거가 끼어들 틈은 그다지 없기에.
다락처럼 치솟는 고유가로 자전거의 몸값이 급상승하는 추세다.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자가용 출퇴근자들 중 52%가 대중교통 쪽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버스'지하철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이 자전거, 택시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자전거 타기 장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최고의 銀輪(은륜)도시 상주에는 요즘 자전거 정책 등을 벤치마킹하느라 전국의 자치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한다. 지난해 자전거 도시를 선언한 창원시는 전국 최초로 자전거 정책과를 신설했고, 서울 영등포구는 전국 처음으로 자전거 무료 주차타워를 설치했다. 건강장수 도시를 표방하는 안동시도 자전거도로 조성에 나섰다. 대구시는 금호강변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 자전거 타기 시범거리 및 모범학교 지정과 이를 통한 분위기 조성, 자전거 강습회 등 대대적인 자전거 타기 운동 계획을 밝혔다.
세칭 로하스(LOHAS)는 건강생활과 함께 환경친화적'자연회귀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나와 가족' 중심의 웰빙과 달리 '우리', 나아가 후세대의 삶까지 배려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김훈식 표현대로라면 자전거는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이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 가장 로하스적인 교통수단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