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본질은 팀워크다. 무사든 1사든 주자가 1루에 나가면 다음 타자는 반드시 진루타를 의식해야 한다. 그 목표가 성공해 주자가 득점 위치에 도달하면 다음 타자는 정교한 타격에 힘써 득점으로 연결하는 의무를 가진다. 이렇듯 야구는 상황에 따라 분명한 목표를 두고 조직력으로 산물을 도출해 내는 게임이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견제나 라인 드라이브, 호수비같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성공률은 기대치의 반을 따라가지 못한다. 더 위험한 것은 플레이어들의 방심과 자만. 아웃 카운트 착각이나 무리한 오버런 또는 분명한 볼에 헛스윙을 해 어렵게 만든 찬스를 어이없이 무산시키면 최종 목표 달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그렇다고 지난 일에 질책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구나 지도자가 되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목표에 매진하길 바라지만 팀워크는 희생없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말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남도초등학교에서 양준혁과 같이 야구를 배웠다. 유니폼을 입고 고사리같은 손으로 기본기를 익히며 정말 야구선수가 되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구경오신 첫 시합날 첫타석에서 연속으로 3번이나 공에 맞아버렸다. 당시 초등야구 룰은 몸에 맞아도 볼로 인정되어 그는 절뚝거리며 타석에 다시 섰는데 같은 자리에 또 맞은 것이었다. 주저앉아 아파하는 아들을 본 후에 어머니는 운동장을 떠났고 아예 야구를 그만 두도록 범어동으로 이사를 해버렸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늘 야구를 생각하며 동경했던 그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도 야구이론에 심취해 있었다. 대학에선 조경을 전공해 나이 22살에 직원도 없는 조경회사를 차렸다. 용역으로 나무심는 일을 수주해 아르바이트 후배 몇 명을 데리고 밤늦게까지 일했는데 트럭을 타고 외지로 다니면서 나무를 심는 일은 그야말로 중노동이었다. 열심히 일한 탓에 공사 수주는 조금씩 늘어갔지만 노동은 한계가 있어 효율성이 문제였다.
자신의 마음같이 빠르게 움직이며 성실하게 일을 해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다. 마침내 서로 호흡이 맞는 일꾼이 4명으로 늘어나자 그는 아예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필요한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똑같이 배분했다. 조경업을 시작한지 6년이 흐른 1997년의 일이었고 그의 나이는 고작 스물여덟이었다. "한사람만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진정한 팀워크가 된다." 그것이 그의 소신이었고 그 소신은 야구의 희생정신에서 얻은 것이었다.
이듬해부터 매출은 급신장했다. 직원들은 연봉보다 2배나 많은 배당금(성과급)을 받았다. 가족같은 팀워크로 일한 지 10년만에 진량공단에 2만여평의 공장을 새로 짓게 됐고 지난해 매출도 100억원을 넘었다.
기업의 경영도 야구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용병(인사)과 팀워크가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비록 야구선수가 되진 못했지만 야구 지도자가 된 마음으로 사업에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 신동혁 사장의 꿈은 주식회사 아름조경 마당에 그림 같은 야구장을 짓는 것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