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가 '좌지우지'…벼랑에 몰린 대구예총 위상

입력 2008-06-06 09:47:59

[대구문화행정 이대로 좋은가] ⑦벼랑에 몰린 예총 위상

대구시는 현재 '공연문화 중심도시'와 '문화 창조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문화재단 설립과 동시에 문화창작교류센터, 국립공연아트센터, 뮤지컬 전용극장 등 인프라 확충에 목을 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예술인총연합회(이하 예총)를 중심으로 한 지역예술인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문화도시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얘기까지 서슴지 않는다. 각종 지원 사업 예산 집행권을 가지며 지역 예술인들을 좌지우지했던 대구시가 문화재단에까지 지역 예술인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기존 실망감이 집단 반발 움직임으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역 예술인들은 문화재단 설립으로 자칫 자신들의 역할이 축소될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대구시는 예총 산하 단체에 지원하는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시 예산 집행권을 쥐고 있다. 올해 대구시는 11개 예총 산하단체에 9억2천6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공모사업 15개를 포함해 총 33개의 사업을 꾸리는 데 필요한 예산을 전년과 대비해 일괄 지급한 것이다. 물론 공모사업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의 심사를 받아 지원한다. 하지만 앞으로 대구시의 이 같은 역할은 대구문화재단과 양분될 전망이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진흥기금) 44억원이 재단 기금으로 이양되면서 재단이 나서 공모사업 심사와 예산 책정을 담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예총을 비롯한 지역예술인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예산 집행권을 가진 대구시가 지역 예술인을 좌지우지해 왔는데 이젠 문화재단이라는 '복병'까지 나타난 것이다. 최영은 대구예총회장은 "예총은 기존의 정책 자문 역할 외에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게 됐다"며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모 사업의 공정성과 기존 사업에 대한 후원 없이 단지 현 시스템만 문화재단으로 옮겨갈 경우, 지역 예술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는 것. 또 지역 예술인의 창작 가능성과 역량을 키워가기 위해선 현재의 자문 역할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감시, 감독 기능을 담당하는 주체가 두곳이 된데다 문화재단에서조차 지역 예술인이 배제될 공산이 커지면서 예산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외에 대구시가 예산을 책정, 일괄지급하면서 지역 예술인의 경쟁력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매년 같은 금액으로 사업을 실행할 수밖에 없어 변화와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구시는 10년 전 2천만원으로 책정했던 대구음악제 예산을 올해 역시 2천만원으로 책정했다. '전년 대비'란 문구에 얽매여 창작활동을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빠져 있는 것이다.

또 사업을 기획하고 이끌어가면서 익혀야 할 행정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해 문화행정인 양성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학문이 아닌 실무에서 문화행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 또 지역 전문가가 없다는 이유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 지역 예술인의 소외감도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이같이 예총을 중심으로 한 지역 예술인의 입지와 위상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대구시는 앞으로 출범될 문화재단에 모든 대안을 떠넘긴 상황이다. 조기암 대구시 문화예술과 문화기획 담당자는 "기금 사업 외 사업은 문화재단 설립 후 확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예총과 문화재단, 대구시와의 관계 정립은 그 이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문화재단의 독립재원이 문제해결의 결정적인 열쇠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대구경북연구원 이용재 연구원은 문화재단에 속해 있는 대구시 예산이 아닌 재단의 이름으로 끌어올 수 있는 독립재원으로 사업을 꾸려 나가야 예총 등 지역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고 했다. 그는 "시의 승인이나 검토가 필요 없는 재단의 독립 재원으로 사업을 꾸려야 지역 예술인과 문화재단이 동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문 위원회나 전문위원회를 최대한 활성화시켜 지역 예술인의 의견을 수렴해 동등한 관계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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