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한나라당내에서 고강도 국정쇄신론이 필요하다며 청와대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재보선을 통해 쇠고기 민심이 재확인된 만큼 몇몇 사람만 바꾸는 인적쇄신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전면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학원 최고위원은 "그동안 당에서 여러 번 얘기했던 국정쇄신, 인적쇄신이 늦어지는 감이 있는 데 조속한 시일 내에 결단을 내려 새로운 각오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청와대 일각에서 인적쇄신 폭이 좁아지고 시기가 늦춰지는 기류와 관련해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러세요"라면서 "민심을 수용한다고 했는데 해야죠"라며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강재섭 대표가 중대결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국정쇄신의 폭과 시기를 두고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임에 따라 강 대표 등 당지도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모종의' 충격요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선 이상 중진들도 별도 모임을 갖고 의견취합에 나섰다.
당지도부뿐만 아니라 소장파의원들까지 동조하고 청와대를 향해 볼멘소리를 서슴지 않고 있다. 나경원 의원 등 소장파들은 "이제 더 이상 실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쇄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석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폭넓은 개각이 필요하다"며 "쇠고기 문제나 대운하 같은 지지를 받지 못한 정책에 대한 겸허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은 "민심을 수습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타이밍을 놓쳤다"며 "이제는 제2의 6·29선언에 버금가는 쇄신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없게 됐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쇠고기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재협상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국제신인도 하락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차질 등 국가적 손실이 예상되지만 민심이 확인된 만큼 쇠고기 재협상이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재협상론을 폈다. 박순자 의원도 한 방송에 출연, "적절한 시기에 결국은 재협상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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