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도에서 삶을 반추하다(상)

입력 2008-06-05 13:25:43

델리와 자이푸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행복(幸福)! 모든 이들이 행복해 지기를 원하면서도 실상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고민은 부족한 것 같다. 5박7일 동안 인도관광청 초청으로 델리'자이푸르'바라나시 등 인도를 여행하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란 화두를 두고 짧게나마 고민을 해봤다. 13억에 이르는 인구에다 수많은 신들과 다양한 종교를 가진 나라, 방황하는 영혼들의 안식처로 일컬어지는 인도를 돌아보며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매우 단순하다. 행복은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자, 넘치고 풍요한 데서 보다는 모자라고 부족한 데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수도이자 북인도 여행의 출발점인 델리. 델리는 인근에 있는 자이푸르, 아그라와 함께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며 인도 여행객들을 사로잡는 곳이다. '모든 길은 델리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5천여년 동안 인도의 중심인 델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꾸뜹 미나르, 후마윤의 무덤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델리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라즈 가트. 바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물인 마하트마 간디를 화장한 곳이다. 인도 독립에 평생을 바친 간디가 총탄에 쓰러져 숨을 거두자 인도인들은 그의 시신을 화장, 재를 야무나강에 뿌리고 그를 추모하는 공원을 만들었다. 간디에 대한 애정을 반영, 라즈 가트를 찾는 참배객은 한 해 1천만명에 이른다. 푸른 잔디밭 중앙에 검은 대리석으로 된 사각의 제단이 놓여 있다. 제단에는 간디가 숨을 거두며 마지막으로 남긴 '오! 신이여'란 말이 새겨져 있다. 제단 옆에서는 샛노란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인도의 국부(國父)인 간디를 추모하는 라즈 가트는 매우 소박하다. 평생 근검절약하며 살았던 간디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섭씨 40도가 넘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발을 벗고 라즈 가트를 참배하는 인도인들을 보며, 간디에 대한 그들의 끝없는 존경심과 사랑이 이국인의 가슴에도 와닿는다.

잘 알다시피 델리는 올드델리와 뉴델리로 나뉜다. 200여년간 인도 대륙을 호령했던 무굴제국 수도가 올드델리이고, 인도를 점령한 영국이 새로 조성한 곳이 뉴델리다. 올드델리의 대표적 명소가 간디를 화장했던 라즈 가트, 무굴의 황제이자 건축광인 샤 자한이 쌓은 레드 포트(붉은 성)라면 뉴델리의 대표적 볼거리는 꾸뜹 미나르다. 높이가 72.5m에 이르는 꾸뜹 미나르는 술탄국의 첫 군주이자 노예 왕조의 시조인 꾸뜹 웃 딘 에이백(?~1210)이 쌓은 승리탑이다. 이슬람교를 믿은 그는 힌두교에 대해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거대한 승전탑을 쌓았다. 미나르란 탑이란 뜻. 꾸뜹 미나르 1~3층은 붉은 사암, 4~5층은 흰 대리석으로 만들었다. 아랫부분의 지름이 14.5m인 반면 정상 부분의 지름은 2.5m에 불과하다. 하늘 향해 치솟은 꾸뜹 미나르를 바라보며 사람들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탑을 쌓는데 민초들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는지 등 갖가지 상념이 떠오른다.

델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260km 거리에 있는 자이푸르는 라자스탄 주의 주도다. 거대한 타르 사막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자이푸르는 '핑크시티'로 불린다. 100년 전 영국 왕자의 방문을 축하하려 도시 전체를 핑크빛으로 단장한 이후 그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 지역에서 위세를 떨쳤던 자이싱2세가 18세기 초에 조성한 자이푸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하와 마할(바람의 궁전). 동쪽으로 큰 시장과 마주하고 있는 하와 마할은 아름답고 정교한 조각으로 장식된 테라스가 거리 쪽으로 즐비하다. 바깥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 왕가의 여인들은 이곳에 서서 바깥 세상을 구경했다. 어두운 성 안에서 작은 창으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여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건물의 색깔은 비록 핑크 빛이지만 여인들의 눈물과 아픔이 곳곳에 서렸으리란 생각에 마음 한켠이 아파온다.

자이푸르에서 북쪽으로 약 11km 떨어진 구릉지대에 암베르성이 있다. 자이싱2세가 자이푸르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이곳이 수도였다. 주변의 도시를 압도하듯이 산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성은 여러모로 매력이 있다. 코끼리 대신 4륜승용차를 타고 암베르성을 오른다. 성 곳곳에서는 마하라자(위대한 왕이란 뜻)의 호화로운 삶을 짐작케하는 곳들이 많다. 수없이 많은 거울 조각들을 벽에 촘촘히 박아 한개의 촛불이 수천개로 변하는 시쉬마할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지하수를 끌어올려 인공적으로 만든 냉방시설도 흥미롭고, 성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망도 일품이다.

볼거리도 많지만 인도의 가장 큰 매력은 여행자들로 하여금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델리와 자이푸르 두 곳을 오가며 많은 인도사람을 만났다. 곤히 잠든 갓난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애절한 눈빛으로 동냥을 하는 여인,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사이클 릭샤(자전거에 승객을 태워 다니는 운송 수단)를 끌고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는 중년 남자,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치는 상인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면서 불현듯 이곳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며칠을 같이 보낸 40대 중반의 인도 남성에게 물었다. "인도 사람 10명에게 '당신은 행복합니까'라고 묻는다면 행복하다고 답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 것 같습니까?" 그의 대답은 전혀 예상밖이었다. "아마도 7,8명은 행복하다고 할 것입니다." 인도의 국민소득은 1천달러 정도로 2만달러를 넘는 우리나라에 비해 한참이나 뒤져 있다. 빈부 격차도 극심해 세계에서 두번째로 돈이 많은 사람이 있는 반면 공원이나 지하도에서 노숙을 하며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경제적으로 풍요하지 않은 인도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이처럼 높은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인도 남성의 계속되는 얘기에서 해답이 나왔다. "인도 사람들은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이예요.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같은 물음을 던진다면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인도 사람들에게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

글'사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인도 여행정보

인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힌두교와 불교 등 종교와 관련된 사원과 같은 유적은 물론 타즈 마할 등 역대 황제와 왕들이 만든 건축물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6월부터는 날씨가 더워 인도 여행 비수기이지만 습도가 낮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해 견딜만하다. 원색 계열의 옷보다는 흰색과 같은 무채색, 또 반소매 옷보다는 긴팔 옷이 햇빛을 가려줘 제격이다. 여행자들이 겁을 내는(?) 커리 등 인도 음식도 먹으면 먹을수록 나름의 맛이 있다.

인도에는 팁 문화가 있어 1달러 등 잔돈이 유용하다. 인도의 화폐는 루피로, 달러를 갖고 가면 1달러당 40루피 정도에 환전할 수 있다. 인도를 여행하기 전 종교와 역사 등에 대한 얕은 지식이라도 쌓는다면 더욱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다.

문의 인도정부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02)2265-2235. www.incrediblein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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