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관의 시와 함께] 육갑 떨다/차승호

입력 2008-06-04 07:00:00

불알털털, 불알털털털……

다소 경망스런 트랙터 몰고 다니며

노인네 논바닥을 간다

저 트랙터로 말하자면 농기계 1세대로

노인네 젊었을 때

동네에서 세 번째 장만한 트랙터이다

새벽녘이면 불알탈탈, 불알탈탈탈……

환하게 벌은 알밤을 터는지 그때는

좀더 기운차게 경망스러웠다

칠십 노인네 논바닥 갈아엎을 때마다

불끈불끈 들판의 푸른 힘줄

지렁이처럼 꿈틀거린다

트랙터 나오기 이전부터 들판에 엎드린 들짐승이

바로 저 노인네이다

노인네도 트랙터도 많이 늙었다

둘 다 늙은 현역이다

듣기로는 아직 보충병이 보충되지 않아

어느 세대에 제대할지 까마득하단다

노인네가 채신머리없는 트랙터로

들판에 보톡스를 놓는 동안

보충병이 되지 못한, 보충자원인 나는

들판에 몸 붙일 생각은 하지 않고

불알털털, 불알털털털……

불알 밑 거웃을 헤아리듯

저걸 3음보라 해야 하나, 4음보라 해야 하나

논둑에 서서 육갑을 떨고 있다

어째 자꾸 트랙터 소리에만 눈이 간다. "불알털털, 불알털털털……" 의성어와 실제소리가 이토록 흡사한 경우도 드물지 싶다. 트랙터를 타고 울퉁불퉁한 논바닥 달리면 아래쪽에 달린 '그것'도 과연 경망스레 흔들릴 것 같다. 하지만 노인네도 트랙터도 이젠 많이 늙어서, 더 이상 "불끈"거리는 생산은 없을 듯. "환하게 벌은 알밤" 같은 '그것' 가진 아들은 논둑에 서서 육갑이나 떨고 있고…….

아이구, 시원찮은 농지거리 고만하고 어여, 아부지 일이나 좀 거들어 주시지. 아무리 써봤자 좁쌀 한 됫박도 못 사는 시 나부랭이 거둬치우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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