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참모 기능 면모 일신해야 할 때

입력 2008-06-03 11:10:16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어제 청와대 직원조회에서 "국민의 비판과 항의시위가 계속되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올바른 비판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가 성난 민심의 표적에 처한 낭패감이 느껴지는 광경이다. 이미 그는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구두로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류 실장은 지난 100일 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의욕을 뒷받침하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뛰었다고 할 것이다. 어제 직원조회에서도 "열심히 일했지만 평가가 이렇게 낮은 데 대해 앞장선 사람으로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아쉬움이 배어 있는 말이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정권 초에 자칫 산만할 수 있는 국정에 '컨트롤 타워'로서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했느냐는 비판이 무성한 것이다.

쇠고기 사태로 폭발한 난국을 볼 때 대통령이 국민과 엇나가지 않도록 제대로 뒷받침을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갖가지 개혁적 정책이 초래할 혼란을 예견하고 정리하기 위해 내각과 원활한 소통과 조율을 가져왔는지 의문이다. CEO 출신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독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듣기 싫은 직언도 마다 않는 분위기였는가도 따져 묻고 싶다.

사실 물을 것도 없이 청와대 비서실이 귀를 열어놓고 대통령이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도록 못했기 때문에 오늘의 난국이 빚어졌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인적쇄신을 포함해 참모 기능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감동을 연출하는 창의적 능력들로 새로 짜여져야 한다. 그래야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살아나고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은 이 정부가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국민 다수의 요구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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