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업 매출 60%가 기름값…몰수록 적자"

입력 2008-06-03 09:27:19

高유가·高원자재가…지역 업계

▲ 초(超)고유가, 초(超)원자재가 시대에 지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조·운수업계는 물론 건설업체들까지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다. 대구화물터미널에서 화물차 기사들이 기름값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위)과 벙커C유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서공단 내 한 염색업체.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초(超)고유가, 초(超)원자재가 시대에 지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조·운수업계는 물론 건설업체들까지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다. 대구화물터미널에서 화물차 기사들이 기름값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위)과 벙커C유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서공단 내 한 염색업체.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초(超)고유가, 초(超)원자재가 시대에 지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조·운수업계는 물론 건설업체들까지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다. 지역 기업들은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난다면서 힘겹게 하루를 버티고 있다.

◆화물업계

2일 남대구IC 부근 대구화물터미널. 화물운송 및 주선업체 80개에 화물트럭 600대가 소속된 이곳은 대구 전체 운송 물량의 10%를 차지하는 곳. 하지만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쉴새없이 트럭이 드나들어야 하지만 주차장에 차량이 빽빽하게 주차돼 있기 때문. 화물업계 관계자들은 경유값 폭등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 운행하면 운행할수록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25t 트럭 7대를 소유하고 있는 경남종합화물의 손성웅 대표가 한대 운행비용이 적힌 장부를 보여준다. 대구~서울 왕복 운임은 67만원 정도. 한달 평균 12번 운행할 경우 한달 운임비는 804만원이다. 비용은 기름값 564만원, 고속도로통행료 60만원, 수리비와 보험료 등 100만원을 빼고 유가보조금 100만원을 더하면 한달 이익은 180만원에 불과하다. 기사 한달 월급 240만원을 주고 나면 한달 400만원이 적자난다. 손 대표는 6년동안 화물업체를 운영했지만 올해가 가장 힘든 해라고 털어놨다. 손 대표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서 지난해말 트럭 2대를 처분했다"면서 "유가인하가 되지 않으면 화물업계가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물기사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4.5t 트럭을 모는 정용주(59·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운임비는 20만~23만원인데 기름값이 12만원을 차지한다"면서 "물량도 없는 데다 기름값이 비싸 한달 수입 100만원을 벌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화물업계는 경유값이 오르고 있지만 운송비 인상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계약 기준가격이 없는 데다 다단계 영업으로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강석 전무는 "화물업체의 경우 총매출의 60%를 기름값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손익분기점은 45~50%이기 때문에 화물차 유가보조금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섬유업계

같은 날 오후 대구 성서공단내 염색업체인 한신특수가공. 한달 40만ℓ의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 1일부터 벙커C유 가격이 ℓ당 100원 올랐다. 한달 평균 4천만원이 추가로 들게 됐다. 기름값만 오른 것이 아니다. 염색원료인 가성소다는 kg당 55원 올랐다. 가성소다 값도 한달 1천300만원이 더 들게 됐다.

염색물량이 늘고 환율은 올랐지만 '빛좋은 개살구'다. 고스란히 지출로 나간다.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적자다. 그래서 가공료를 5% 정도 인상하기로 했다. 가공료를 5% 올려도 1980년대 단가 수준이다. 이익은 고사하고 손실이라도 줄여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장 거래업체로부터 원성이 돌아왔다. 직물업체는 마진이 5%에 불과한데 5%를 올리면 뭐가 남느냐는 것이다.

이 업체 한상웅 대표는 "35년동안 염색업체를 경영했지만 올해가 가장 힘들다"면서 "지난해에는 본전 장사라도 했는데 올해는 완전히 적자"라고 말했다.

오르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운송비로 한달 경유값만 900만원이 든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00만이 더 든다. 그마나 인건비가 오르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대책이라고 세워봐도 별 효과가 없다. 차 운행을 10번에서 5번으로 자제하고 지게차 운행을 줄이려고 한다. 기름값이 드는 지게차 대신 차라리 손으로 내리려고 한다.

한 대표는 "이래서는 제조업을 못한다"면서 "힘이 나지 않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염색업체 뿐만 아니라 직물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체 물량의 90%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이현공단내 수창무역도 수출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염색업체에서는 당장 가공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지만 가공료를 올려주면 마진이 생기지 않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외국 바이어와의 납품단가가 그대로인데 원자재값은 갈수록 치솟고 있다"면서 "환율이 보완해 그나마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부품업계

지역 자동차부품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납품단가 현실화와 내수시장 침체. 실제로 경유값이 폭등하면서 디젤차량이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 차량판매 감소는 지역 차부품업체의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북 고령 다산공단내 A 주물업체. 현대차 등에 납품하고 있지만 납품단가는 요구 수준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초 고철가격 상승에 이어 최근에는 원자재가, 경유값이 올라가면서 수익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경유차부품이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경유차 판매 감소로 납품이 줄 수밖에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구 성서공단내 B 자동차부품업체도 미래가 불안하다. 올해들어 원자재값이 40% 정도 올랐는데 앞으로 전기료, 철판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성차업계의 납품단가는 그대로다. 이 업체 대표는 "경유차 판매가 감소하면서 경유차부품을 만드는 부품업체는 고전을 하고 있다"면서 "경쟁회사와 똑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절약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