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체험학습] 외국인과 함께 찾은 영월

입력 2008-06-03 07:10:28

▲ 곤충박물관을 찾은
▲ 곤충박물관을 찾은 '외국인과 함께하는 한국문화탐험단'

체험학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단편적인 교과목 위주의 공부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학습을 할 수 있고, 추억도 덤으로 얻기 때문이죠. 체험학습전문기관인 아이눈체험교육원의 도움으로 '외국인과 함께하는 한국문화탐험'과 가족과 함께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재미를 담는 '가족과 함께 떠나요'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강원도 영월을 시작으로 원어민과 함께하는 한국문화탐험학습이 시작됐다. 영월은 조선시대 단종의 비사(悲史)가 서려있고 동강의 레포츠체험, 별자리, 박물관 체험 등 일반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영월의 10경이라 일컫는 단종의 묘인 장릉,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우리나라의 최초 군립 시민 천문대이자 영화 '라디오스타' 촬영지로 유명한 별마로천문대, 이 별마로천문대에서 내려다보는 영월 읍내의 전경도 볼만하다. 전설처럼 신비로운 김삿갓의 실체를 느껴보는 김삿갓유적지, 4억년의 신비를 자랑하는 고씨동굴, 자연이 그린 동양화라 불리는 선돌,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법흥사. 단종역사관, 김삿갓문학관, 동강사진박물관, 국제현대 미술관, 영월 곤충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청전전각박물관 등 박물관이 지천으로 널렸다. 한국문화탐험단은 하루 코스로 당나귀 타는 원시인 마을, 영월 곤충박물관, 단종의 무덤인 장릉, 별마로천문대로 길을 잡았다.

◆당나귀 타는 원시인 마을

영월 연당 서강 변에 모두 10여마리의 당나귀들이 체험객을 맞이했다. 미국에서 온 드레이크의 고향 집엔 말을 키운다고 했다. 이미 말 타기에 익숙해 있어 마치 카우보이처럼 줄을 돌리고 고향 기분을 맘껏 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겁을 먹었는지 당나귀 등에 납작 엎드렸다. 외국인이 마부가 되어 아이들을 당나귀에 태워 산에 올랐다. 구본무(수성초 4년)군이 드레이크에게 "You like horse?"라고 묻자 드레이크는 "Yes"라고 말하고는 "Do you like horses?"라며 영어 질문을 고쳐주기도 했다. 본무가 다시 "You like ride a horse?"라고 하자 드레이크는 마부 역할을 하면서도 "Do you like riding horses?"라고 다시 정정해줬다. 야트막한 야산에 올라 '야호' 소리도 질렀다. 고생하는 당나귀에게는 미안하지만 '가자'하면서 발로 재촉하기도 했다. 드레이크와 동행한 키다리 필도 발이 땅에 닿을 것 같지만 안정감 있는 자세로 고삐를 쥐고 이리저리 당나귀를 모는 솜씨가 무척 익숙해보였다. 30분 정도의 산악 트레킹이 끝나고 꿀맛 같은 점심을 먹었다. 한국에 온 지 2년이나 됐지만 드레이크는 젓가락질을 잘 못했다. 최진호(수성초 4년)군이 드레이크의 젓가락질을 고쳐 주기도 했다. 드레이크가 진호에게 "Can you show me how to handle the chopsticks?"라고 하자 진호가 대충 눈치 코치로 말을 알아 들었는지 젓가락질 시범을 보였다. 진호는 손짓 발짓으로 젓가락 사용법 전수를 마치자 드레이크는 다소 서툴지만 젓가락으로 불고기와 여러 가지 반찬들을 먹을 수 있었다.

◆영월 곤충박물관

중부고속도로 제천 IC에서 내려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영월곤충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나비와 나방 1천여점과 갑충류 1천여점, 동강 유역에 서식하는 곤충 1천점 등이 전시된 국내 최초의 사립 곤충박물관이다. 관장인 이대암 교수가 직접 유창한 영어 솜씨로 외국인을 위한 특별 영어 강의를 해서 졸지에 영어강좌를 듣게 됐다. 전문 용어가 많아 아이들이 다소 어려워했지만 외국인들에겐 충분한 곤충학습이 된 듯했다. 곤충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즉석 링타이를 만들어 목에 걸고 흐뭇해하는 모습으로 다음 탐험지로 발길을 돌렸다.

◆단종의 묘소, 장릉

단종의 능인 장릉에 갔다. 체험지가 모두 영월 가는 38번 도로변에 있어서 찾기가 쉬웠다. 문화유산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으로 단종의 실제 주검이 이곳에 묻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외국인들은 단종 역사관 입구에 전시된 조선 왕조의 가계도(Family Tree)를 통해 조선의 비사를 다소 비장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했다. 드레이크가 "How old was Danjong when he died?" 라고 묻자, 김상민(계성초 4년)군이 "He became the king at age twelve and he died when he was seventeen years old."라고 말했다. 그러자 드레이크와 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What a pity!" 라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장릉에서 내려와 손수건 돌리기와 같은 전래놀이로 한국의 놀이 문화를 소개했고, 외국인에게 질문을 하나씩 하기로 했다. 어떤 학생은 "Do you live with someone?", "Do You live alone?"이라고 묻자 외국인들은 그보다는 "Are you married?", "Are you single?", "Do you have a girlfriend/boyfriend?"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설명해줬다.

◆별마로 천문대

해발 799m 봉래산 정상에 있는 별마로 천문대엔 마침 흐린 날씨여서 별구경을 못해서 아쉬웠다.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인 직경 80cm 주망원경을 비롯해 보조망원경 10대가 설치돼 있고 천문전시실, 시청각교재실, 천체투영실, 주관측실이 있어 강원도의 맑고 깨끗한 하늘을 통해 신비로운 우주 세계를 보여준다. 탐험팀은 천문대 측이 제공한 우주 영화 한편을 보고 영월 읍내의 화려한 야경만 감상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외국인과 함께한 영월 탐험은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고 한국의 역사인 조선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문화탐험을 마쳤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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