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제대로 된 독도관광 시급하다

입력 2008-06-02 09:12:09

세상 관심이 온통 소고기문제로 모아져 있기에 독도는 거론하는 이가 거의 없다. 그러나 매우 위태로운 일들이 일본에서 작금에 벌어지고 있다. 언론에 익히 알려진 대로 일본 외무성은 지난 2월에 '죽도-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포인트'라는 14쪽 분량의 문서를 만들어 3월 8일부터 홈페이지에 게시하였다. 이 홍보자료는 외무성 공식입장으로서 일어뿐만 아니라 한국어와 영문판 3가지로 제작되었다. 일본은 이 팸플릿에서 현재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쟁점을 나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10가지 포인트의 요체는 이러하다.

일본은 옛날부터 독도(원문에는 다케시마)를 인식하고 있었고, 반면에 한국이 독도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일본은 늦어도 17세기 중엽에는 어업을 하면서 독도영유권을 확립하고 있었으며, 한국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안용복의 진술은 의문점이 많으므로 인정할 수 없고, 일본은 마침내 1905년에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하였다. 전후에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에서도 독도는 한국령으로 인정받지 못하였고, 오늘날까지 한국이 독도를 불법적으로 점거하는 사태에 일본 정부는 엄중 항의하고 있으며, 일본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안하고 있지만 한국이 거부하고 있다 등등이다.

실제로 그러할까. 우리나라가 영토의 일부로서 독도를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데다가 역사적 사실에 비춰봤을 때 일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논리적으로도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일본이 독도영유권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적은 있었으나 팸플릿 형태로 발행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 지면을 통하여 일본의 그릇된 역사관과 무모한 도발에 관하여 시시콜콜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방식이다. 마침 며칠 전에 울릉도와 독도에 다녀왔다. 비교적 자주 울릉도에 드나들면서 늘 느끼는 소회는 독도의 대국민 홍보는 고사하고 세상에 이런 '싸구려 관광'이 없을까 싶다. 도동항에 도착하면 번잡스런 혼란 속에서 관광객들은 제 갈길을 떠난다. 울릉도 관광안내원은 대개 버스기사가 맡기 마련인데 가만히 들어보면 그저 길안내와 울릉도 호박엿 소개하는 수준이다. 관광코스 자체가 업주들과 기사들의 담합이 뻔히 눈에 보이는 질 낮은 내용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패키지 관광으로 대개 이루어지고 있으며 나물과 오징어·호박엿 등을 사오는 쇼핑이 곁들여질 뿐이다. 독도로 가는 배도 그저 또하나의 유람선일 뿐 독도에 대한 어떤 제대로 된 소개도 없다. 일본이 10가지 포인트를 간추려서 본격적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고 반박하는 팸플릿 하나 제작 배포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포항이나 묵호까지 와서 배를 갈아타고 오는 동안 지출되는 교통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정작 서울 쪽의 청년학생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울릉도 개척의 역사를 알려주고 삶을 총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그 흔한 향토박물관, 곳곳에 세워진 생태학습관, 어촌문화관 하나 없다.

일본의 무모한 도발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의 일상적인 대응 부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관광을 도입해야 한다. 청소년들도 쉽게 올 수 있는 배편의 편의와 저렴하고 안전한 숙소들, 심지어 외국인들도 쉽게 올 수 있어야 한다. 독도의 실질적 점유에 관한 우리의 당당한 입장을 홍보 소개하려는 차원에서도 외국인들도 쉽게 찾아들 수 있는 관광문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래저래 독도와 울릉도 나들이가 불만투성이다. 울릉군과 경상북도 당국, 바다를 책임지는 국토해양부와 관광을 책임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공사, 아울러 숙박업소 및 음식점, 선박업자, 관광업자 등등 민간까지 포괄하여 수준 높은 독도·울릉도 관광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제대로 울릉도와 독도를 보고 온다면, 일본의 어떤 무모한 도발도 저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많은 경비를 들여서 큰맘 먹고 찾아간 그곳에서 어떤 깊은 배움도 없이 돌아온다면, 이런 사회적 낭비가 또 있을까. 지난주, 울릉도에서 돌아오는 배편에서 내내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주강현(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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