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한그릇 2천500원, 옛날 가격으로 모시겠습니다.'
지난 주말 오후 포항 대도동 남구청 맞은편 한 골목에 자장면 등 음식가격을 대폭 내려 판매하겠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자장면은 4천원에서 2천500원, 짬뽕은 4천500원에서 3천원, 볶음밥은 5천원에서 3천500원 등으로 모든 메뉴의 가격을 1천500원씩 일괄 인하했다.
밀가루, 양념류, 냅킨, 조리용 가스료 등 중국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품값이 다 올랐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업주 최모(41)씨는 "배달을 없애는 대신 점포판매만 하고 절감되는 인건비(배달원 월급 200만원)를 음식값 인하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네 중국집의 특성상 배달판매분이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배달제 자진포기는 업주의 입장에서는 모험이다.
비교적 장사가 잘 된다는 골목 중국집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80만∼100만원가량. 재료비와 공과금, 배달원 인건비 등 각종 고정비를 제하면 업주에게 남는 돈은 10만원쯤이다. 부부는 물론이고 자녀나 부모들까지 동원되는 게 일반적으로, 겨우 인건비 장사라는 게 대다수 업주들의 말이다.
하지만 원·부재료와 가스 등의 가격이 올 들어서만 60~70%씩 올라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해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어진 업주들이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최씨는 배달제 폐지라는 업운(業運)을 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30만원어치 팔면 6만원 정도가 손에 떨어질 것 같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했다.
최씨는 "자장면 한그릇 값이 4천500원이라면 먹는 고객이나 파는 업주나 모두 부담되는 가격"이라며 "네그릇을 배달하고도 1만3천원이나 1만2천원이나 주는 대로 받기도 했는데, 차라리 값을 내리고 가게에 오는 손님만 받으면 그 분들이나마 더 잘 대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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