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가계부 공개 '고물가 성토'
"오르지 않은 것은 소득뿐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슈퍼마켓의 양념 하나부터 교통비, 의료비, 공공요금 등 월급 빼고는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1/4분기 물가상승률은 3.8%.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상상 그 이상'이다.
◆가계부에 드리운 먹구름
고은혜(40·여·수성구 수성3가)씨는 5월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번달 지출 합계는 268만8천770원. 꼭 1년 전의 5월 가계부를 찾아 비교를 해보니 씀씀이가 64만원이나 늘었다.(표 참조) 가계 지출이 무려 25%나 증가했다.
고씨는 "작년에는 5만원을 들고 마트에 가면 그나마 일주일 먹을거리를 챙겨올 수 있었는데 요즘은 장 볼 때마다 평균 7만∼8만원을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매달 50만원 이상의 적자가 계속돼 적금을 해약할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
주부 박수정(44)씨는 "작년에는 1만3천원으로 온가족이 삼겹살 파티를 벌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2만원어치 넘게 사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돼지고기마저 부담스러운 음식이 됐다"고 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대형소매점 출입을 줄이고, 재래시장을 찾지만 그래도 부담이 크다.
박씨는 "식비, 의복비 등을 포함한 생활비가 지난해 120만원 선에서 올해는 160만원으로 늘었다"며 "남편 월급은 그대로인데 이대로 가다간 빚으로 생활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실제 대구지역 모 백화점 식품관에서 생활필수품 23개 품목의 가격을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한 결과 평균 26.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표참조)
기름값 상승은 가계에 끔찍한 부담을 주고 있다. 2천cc 승용차를 운전하는 이진욱(48)씨는 "지난해 5월에는 30만원으로 한달을 다닐 수 있었지만, 올해 5월 41만5천원을 주유했다"고 했다. 사용 거리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25%가 넘는 상승률이다. 실제 지난해 5월 휘발유 평균 가격은 1천526원, 경유는 1천222원이었지만 지금은 휘발유·경유 모두 1천900원대로 상승했다. 한달에 200ℓ를 주유한다고 했을 때 경유는 지난해보다 월 13만원, 휘발유는 7만원이 더 드는 현실이다.
직장인들은 점심값마저도 아껴야 하지만 식당 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허리띠를 졸라 매기가 쉽지 않다. 이주혜(27)씨는 지난달부터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이씨는 "자장면 한그릇에 4천원, 웬만한 한끼 식사는 7천∼8천원"이라며 "이렇게 자린고비처럼 굴어봤자 도시락으로 아낀 식사비는 차 기름값으로 모조리 빠져나간다"고 하소연했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물가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기름·원자재값 상승세에 떠밀려 생활비 상승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생활비가 더 오를 것이라는 데 있다.
1일부터 오른 LP가스 가격을 시작으로 전기료와 버스 등 공공요금이 잇따라 올랐거나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에 영향을 받는 가공식품류와 유가 동향에 민감한 공산품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6.0%와 12.7% 늘어난 수도료와 전기료는 또다시 올 하반기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버스요금도 오를 전망이다. 전국 533개 버스운송사업자 모임인 전국버스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유가 인상분을 반영해 요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노선을 30% 감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구 시내버스 관계자는 "대구 시내 1천561대 버스 중 경유로 움직이는 버스가 511대"라며 "유류 인상분에 맞는 보조금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이렇듯 심각하지만 정부는 별다른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서민가계의 주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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