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고시 반발 확산…국정위기 상황 가속화

입력 2008-05-30 10:47:07

野 "장외투쟁·내각 총사퇴"…정국 파행

▲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를 발표한 29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를 발표한 29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고시강행! 국민심판!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이 '협상무효 고시철회'를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가 강행되자 통합민주당 등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정국이 얼어붙었다.

서울 시청앞 광장 등 전국에서 촛불집회가 열리는 등 국민적 저항도 확산되면서 취임 100일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위기 상황도 심화되고 있지만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0일 18대 국회가 출범했지만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과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은 장관고시 철회와 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대규모 장외투쟁을 선언하는 등 정국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열리던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관 고시 발표가 강행되는 것을 보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기 위한 계엄이 선포됐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재협상 없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며 쇠고기 재협상을 거듭 촉구했다. 야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6인은 30일 국회에서 회동, 장관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으며,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각각 헌법소원도 내기로 했다.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지난 2005년 12월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해 장외 집회를 열었던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쇠고기 고시 강행에 대한 야권의 강력한 반발과 국민 저항이 예상됐음에도 정부와 한나라당이 29일 오후 비공개 당정청회의를 열어 고시를 강행한 것은 이를 국정전반과 민심이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여권의 안이한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여권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전 정책위의장은 고시강행 직후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고시에 담았으며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며 정부 측을 두둔하고 나섰고, 조윤선 대변인도 "축산농가 피해대책이나 위생안전 문제 등이 굉장히 보강됐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3박 4일간의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 대통령이 쇠고기정국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미국 측에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정국대치상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 민영화를 반대하고 나선 공공기관 노조와 노동계 및 고유가대책을 요구하는 화물업계 등의 파업 움직임 등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는 조정능력의 한계를 노출하는 등 국정혼선 양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복당문제 등 당내현안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국정주도세력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늘 귀국하는 이 대통령이 오는 6월 4일 취임 100일을 맞아 총체적인 국정위기상황을 받아들이고 국정 및 일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 교체 등 인적쇄신을 통해 이반된 민심수습에 나서게 될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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