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쇠고기·닭고기 NO"…학교 식단짜기 골머리

입력 2008-05-30 09:56:57

28일 대구 중구 한 초교의 급식 시간. 이날 메뉴는 삼계탕이었다. 대부분은 맛있게 먹었지만 일부 학생들의 숟가락질은 영 시원찮아 보였다. 4학년 김모양은 "영양사 선생님이 안전하다고 했지만 엄마가 조류독감에 걸린다고 먹지 마라고 해 조금 찜찜하다"고 했다.

◆쇠고기·닭은 곤란해=이 학교는 조류독감뿐 아니라 광우병 파동으로 닭과 쇠고기를 꺼려하는 학생들 때문에 다음달부터는 닭이나 쇠고기 반찬을 메뉴에서 확 줄이기로 했다. 평소 한달에 4, 5번 포함시키던 닭고기와 쇠고기를 한차례로 줄이고 대신 돼지고기를 많이 활용하기로 했다. 영양사 김모(34·여)씨는 "닭고기와 쇠고기 반찬을 남기는 학생들이 많아 잔반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초교에서 발견된다.

대구 수성구 A초교 6학년 이모군은 "급식 때 쇠고기 반찬이나 쇠고기 국이 나오면 친구들이 '이거 너 먹어라'라며 서로 떠넘기는 일이 자주 있다"고 말했다. 북구 B초교 5학년 김모양은 "며칠 전 소불고기 반찬이 나왔는데, 많은 친구들이 손도 대지 않고 반찬을 그대로 버렸다"고 했다.

식단 짜기도 어려워졌다. 성장기 아이들에겐 단백질 섭취가 중요해 닭고기와 쇠고기를 자주 써야 하지만 학생들이 이를 꺼리고 돼지고기, 생선 등으로 대체하다 보니 메뉴 개발이 쉽지 않다. 또 다른 영양사는 "예전 같으면 1개월 식단을 짜는데 3, 4일 고민하면 됐는데, 지금은 일주일 넘게 신경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높은 불신의 벽?=대구 수성구 C초교는 쇠고기는 종전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6월까지 닭이나 오리고기를 급식재료로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부족한 단백질은 콩이나 두부, 생선 등으로 보충하고 있다.

수성구 D초교 영양사는 "한번은 명태를 닭고기 양념처럼 해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닭고기인 줄 알고 먹지 않거나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며 "어떤 학교에선 홈페이지 식단표에 메추리알 장조림이 있었는데 이를 항의하는 전화가 쏟아졌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급식담당 이영미씨는 "급식에 쓰는 쇠고기는 국내산과 한우이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며 "학부모, 학생들에게 이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는데도 식단에서 쇠고기나 닭고기를 제외시켜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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