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였던 혈액투석분야 개척자
몸 속 노폐물과 여분의 물질을 걸러 체액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신장은 모세혈관이 실타래(사구체)처럼 뭉쳐있는 장기이다. 최근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의 증가로 이 혈관의 실타래가 손상을 입거나 항생제와 진통제의 남용으로 인해 신독성이 생겨 신장대사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신장관련질환 유병률은 인구 100만명당 100~150명 정도로 만성신장질환자는 전체의 약 8%에 달한다. 이중 혈액투석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는 100만명당 550명 꼴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장내과 김현철(60'계명대 의대학장) 교수는 독학으로 신장을 공부해 1978년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구'경북지역에 지방에선 최초로 혈액투석실을 개설한 후 현재까지 30년간 수많은 신장질환자와 신장이식환자를 돌봐온 이 분야의 토종 개척자이다.
"그 때만 해도 지역엔 신장내과라는 독립임상과가 없었고 비뇨기과에서 신장관련 질환을 관장하던 시기였죠. 기껏 서울의 세브란스병원과 가톨릭병원에서 막 신장내과학을 시작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혈액투석기 2대를 동산의료원에 기증했으나 이를 설치하고 운영할 사람이 없던 터에 갓 전임강사로 부임한 김 교수에게 그 일이 주어졌다.
신장에 대해 가르쳐 줄 사람도 없던 때라 김 교수는 독학으로 신장공부를 했다. 그리고 약 2달간 세브란스병원에서 혈액투석에 대한 기초 연수를 마치고 바로 혈액투석실을 개설했다.
"'외국에서 연수한 적도 없는 사람이 너무 무리한다'며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실수를 안 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죠. 별 탈 없이 혈액투석이 이뤄지자 당시 부산지역 환자들까지 몰려들었습니다." 내친 김에 신장이식환자의 선정과 관리를 위한 면역억제 연구도 함께 병행했다. 81년 동산의료원이 최초로 신장이식에 성공한 것도 김 교수의 공이 없었다면 힘들었던 일이다. 신장 제공자와 수혜자의 조직적합성 검사와 이식 후 면역억제요법은 수술 성공을 판가름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이식환자 곁에 침대를 놓고 24시간 먹고, 자며 약 2주간 집중 케어를 했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신장이식 5례를 거치면서 면역억제요법과 이식 후 환자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한 김 교수는 83년 미 뉴욕의 코넬의대 로고신신센터로 연수를 떠난다.
"미국 연수는 사실상 제가 했던 신장내과학적인 여러 처치들에 대해 제대로 했다는 확인 차원이었습니다." 김 교수가 지금까지 관리한 신장이식환자 수는 800여명. 환자 생존율 97%에 이식한 신장의 5년 생존율이 90%로 이는 세계적인 신장센터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결과다.
김 교수의 업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97년 대한신장학회에 발표한'온라인 혈액투석여과법의 임상적 경험'이란 논문은 전국의 신장내과 혈액투석실에서 프로토콜(Protocol)로 삼고 있다.
대개 신장기능의 잣대인 사구체 여과율이 정상의 30% 미만이면 혈액투석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의 혈액 속에 화학물질인 번(Bun)이나 클레아티닌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걸러주지 않으면 구토·빈혈을 동반한 요독증이 나타난다. 혈액투석은 바로 이 물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두 물질은 분자량이 작다. 그런데 장기 혈액투석환자의 경우 적절한 처치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관절이 저리고 아픈 아밀노이드증을 호소할 때가 많다.
이에 김 교수는 투석 합병증을 일으키는 중분자량 물질인 '베타-2 마이크로 글로부린'이 관절부위에 축적된 것을 확인, 획기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함으로써 장기 투석환자들의 아밀노이드증을 현격하게 줄였다.
"혈액투석은 아직 생명유지를 위한 최저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태(15%)에 불과합니다. 생체신장과 거의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인공신장의 연구와 개발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토종 신장내과 전문의인 김 교수가 쓴 신장관련 논문 310편 중에는 65편이 SCI에 올랐으며, 신장관련 저서 3권은 후학들의 필독서가 되고 있다.
▩ 프로필
△1973년 경북대 의대 졸업 △74~82년 경북대 의대 석·박사 △81년 계명대 의대 내과 전임강사 △88~98년 미국 뉴욕 코넬의대 로고신신센터 연수 △92~현재 계명대 의대 내과학 정교수 △94~07년 대구경북신장학회장 △2000~현재 계명대 신장연구소장 △02~03년 대한신장학회장 △06~현재 대한이식학회 부회장 △07~현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02년 대한이식학회 학술상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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