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야말로 기름값을 줄이는 효자죠."
고(高)유가 시대를 이겨내는 최고의 방법으로 자전거가 뜨고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기름값 100원, 200원 아끼는 게 아니라 기름을 아예 쓸 필요 없죠." 일부 마니아층을 넘어 시민들까지 동참한 자전거타기 운동을 전개해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를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유가 파고, 페달로 넘는다
6년 전부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최재덕(49)씨. 대구 북구 구암동에서 페달을 밟아 중구 계산동까지 11km 남짓한 거리를 35분에 주파한다. 비슷한 거리를 92년식 엑센트 승용차로 다니는 회사 동료 이용규(51)씨가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5분 정도 빠르지만 기름값으로 월 12만~15만원이 든다. 월 주차비 5만원도 추가로 든다. 자전거를 타는 최씨는 이씨보다 한달에 20만원을 아끼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세, 보험료, 엔진오일 교환 등 차량 유지 비용까지 감안하면 연간 최소 300만원가량을 절약하고 있다. 건강이 더 좋아졌음은 물론이다.
4월 말 현재 대구의 차량등록대수는 88만8천538대. 이 중 73%인 64만9천626대가 승용차다. 자가운전자의 10%만 승용차 대신 자전거를 타도 기름 사용량은 물론 교통소통, 대기오염문제 해결 등 혜택은 엄청나다. 대구시 김지채 교통운영담당은 "대구시의 하루 통행량 457만6천건 중 승용차는 157만4천건으로 34.4%를 차지하고 있다"며 "자가용 출퇴근자 중 10%가 자전거를 타면 교통속도가 2배 빨라져 정체, 신호대기 등으로 그냥 버리는 기름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자전거 이용 환경을 만들자
대구시가 추정하는 대구의 자전거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15% 정도. 7명당 1명꼴로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데 정작 대구시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3.2% 수준이다. 자전거를 탈 도로여건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앞. 인도 한가운데 자전거 도로가 마련돼 있지만 이용자는 찾기 어렵다. 행인들과 뒤엉키기 일쑤고, 범어네거리 쪽으로는 아예 자전거 도로 표시조차 없다. 대구시내 220곳의 827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는 구간들이 연계되지 않고, 불법 주차 차량과 적재물로 사실상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자전거 운전자들은 "위험하지만 도로로 내려올 수밖에 없다"며 인프라 구축의 시급성에 입을 모았다.
갈아탈 수 있는 환승편의시설도 시급하다. 대구시내 710여개소에 2만6천여대의 자전거 보관대가 설치돼 있지만 활용도는 낮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도난, 분실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수종(31)씨는 "일본이나 유럽 등에는 자전거 인식표로 관리가 이뤄지고 전용 자전거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고 했다.
시는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자전거 인프라 구축에 뒷짐만 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를 제대로 정비하고, 역이나 터미널 인근에 자전거를 쉽게 빌려 탈 수 있는 대여소만 제대로 마련해도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종석 자전거타기운동연합 대구경북본부장은 "창원시가 전담과(課)를 만들어 시민들의 자전거타기를 유도하는 것처럼 대구시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붐 살리자
대구 중구 YMCA는 올 3월부터 못 쓰는 자전거를 수거해 수리하고 도색해 '희망자전거'라는 이름을 붙여 단체나 개인에게 임대 또는 판매하고 있다. 25대를 대구도시가스에 임대해 줬고, 수성 시니어클럽에도 30대를 빌려줬다. 지금까지 400대를 제작했는데 가격이 싸다 보니 자전거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YMCA 백경록 간사는 "시간절약 등 자전거 타기의 효율성이 알려지고 있다"며 "기름값이 오르면서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고 했다.
정책적 지원도 나왔다. 대구시는 우선 8월부터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으로 기업의 종사자 중 10% 이상이 자전거 등으로 차량 운행을 줄일 경우 교통 유발금 10%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시행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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