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도 고유가 비상…'제2 건자재 파동' 위기 고조

입력 2008-05-29 09:35:00

▲ 유가 고공행진에 따라 건설 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철근 파동에 이어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와 마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을 하면서 또다시
▲ 유가 고공행진에 따라 건설 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철근 파동에 이어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와 마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을 하면서 또다시 '건자재 파동'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유가 급등에 따라 건설 현장에 '건자재 파동' 위기가 또다시 닥쳐오고 있다.

지난 2월 철근 및 레미콘 가격 인상 요구로 조업 중단 사태를 빚은 데 이어 최근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건자재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는 탓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원자재 가격으로 상당수 현장의 조업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건설경기 부진에다 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건설업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고유가 직격탄

지난 2월 '건자재 파동'의 중심 품목은 철근과 레미콘.

지난해 1월 t당 46만7천원이던 철근 가격이 69만원으로까지 상승한데다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공사 현장마다 철근 수급 문제로 조업 차질이 빚어졌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철근의 t당 가격은 94만원으로 2월 대비 무려 30% 가까이 상승했다. 문제는 조만간 t당 가격이 10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점.

화성산업 자재팀 관계자는 "6월과 10월쯤 또다시 가격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라며 "그나마 1군 업체들은 정상가격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 업체들은 거래가의 10%를 웃돈으로 주고도 제 때 물건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레미콘도 고유가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당 공급 가격이 4만5천800원에서 5만200원으로 9.7% 인상됐지만 경유값이 급등하면서 물류비 인상폭이 납품가 상승분을 넘어선 상황이다.

레미콘 업체 한 대표는 "레미콘 차량이 28km를 운행할 때 지난해에는 1㎥당 경유값이 2천800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5천40원으로 80%나 올랐다"며 "일부 지입 차량의 경우는 경유값 인상분 부담을 둘러싼 논란으로 운행 중단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 노동자들은 관급공사 납품단가 인상 등을 요구하는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29일 대구시청 앞에서 열며 납품단가 현실화를 주장했다.

특히 고유가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창호와 벽지, 합판 등 마감재 90% 이상이 석유화학 제품인 탓에 유가 인상으로 마감재 가격이 지난 2월에 비해 10%~20%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감 공사 전문업체인 하우존 하재근 대표는 "벽지의 경우 3.3㎡당 5천300원 하던 가격이 현재 5천800원으로 오르는 등 대다수 품목이 하루가 다르게 인상되고 있다"며 "하지만 원청업체는 계약 당시 금액을 고수해 오래된 계약 공사일수록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적자 사업장 속출

유가 인상에 따른 원자재 값 상승 랠리는 하도급 업체뿐 아니라 원청 업체에게도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상당수 시공사들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BTL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원자재 값 상승으로 사업 구도에 '적색등'이 켜지고 있는 탓이다.

SD건설의 금용필 이사는 "BTL 사업의 경우 이익률이 3~4%에 불과하고 조달청 공사와 달리 원가 인상분을 인정받지 못해 지난해 상반기 수주 공사는 이미 원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전체 공사 비용이 최소 3~5% 정도 인상되는 만큼 사업장마다 적자폭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분양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아파트 공사 현장은 공기 차질이 이미 불가피한 실정.

대형 시공사 한 임원은 "미분양으로 공사 자금 조달에 문제가 있는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어 지난 3월부터 각 현장의 공사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공기를 당겨 수익률을 높였지만 자금난을 덜기 위해서는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중소업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올 1월 북구 매천동 택지에 5층 상가 공사 계약을 맺은 현암종건의 이호경 대표는 "10억원 정도에 공사 계약을 했고 5% 정도 수익을 예상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5% 정도 적자가 불가피해 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원가 상승도 문제지만 철근 등 일부 품목은 현금을 미리 주고도 제때 공급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 연대가 유류비 인상을 요구하며 다음달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 중장비 사용이 많은 토목 공사 현장들은 또다시 조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