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준데다·이젠 밥도 못해 먹을 판"
"안 쓸 수도 없고, 올라도 너무 올랐어."
28일 오후 3시쯤 대구 북구 고성동의 한 떡볶이집. 가게주인 A(55)씨는 "LP가스 가격이 더 오르면 장사도 못해 먹겠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올 초 밀가루 값이 폭등하면서 1천원(1인분)에 팔던 떡볶이 가격을 500원 인상했는데, 이제는 가스값까지 치솟아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고 했다.
20kg짜리 LP가스 한통 가격은 3만5천원. 지난해 10월 2만8천원하던 가스 가격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매달 2천원씩 오르는 추세다. "일주일에 한통씩 쓰니 작년에 비해 한달에 3만원은 더 드는데 떡볶이 가격을 매번 올릴 수도 없고, 정말 답답합니다."
◆서민들 주름살만 늘어=가정용 LP가스는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주택이나 소규모 가게, 노점 등에서 주로 사용해 가격 상승은 곧바로 서민 가계를 위협한다.
월세 15만원짜리 집을 얻어 사는 정윤주(가명·50·대구 서구 비산동)씨는 일주일 전 20kg짜리 가스를 넣으면서 손이 떨렸다. 정씨는 "밀가루, 채소 등 안 오른 물가가 없다"며 "벌이는 오히려 줄었는데, 안 오른 게 없어 돈없는 사람들은 밥도 못해먹을 지경"이라고 했다.
수성구의 한 가스배달업체 사장은 "매번 가격이 오르다 보니 손님들의 원성이 끊이질 않는다"며 "업체마다 제각기 가격을 책정하다 보니 제살깎기 경쟁까지 이뤄져 예전같이 팔아도 수입은 줄었다"고 했다.
차량용 LP가스를 쓰는 택시기사들도 울상이다. 가격이 오르면서 연료 가격 부담이 적잖다. 국제시세가 빠르게 오르면서 차량용 LP가스 가격도 ℓ당 1천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기도 버겁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개인택시 역시 요금은 그대로인데 연료값은 올라 남는 게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10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임곤득(50)씨는 하루 14시간(오전 8시~다음날 오전 2시) 운전대를 잡고도 10만원을 손에 쥐지 못한다고 했다. 연료값이 4만5천원이나 들어 15만원을 벌어야 겨우 1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허리띠를 졸라맨 서민들이 택시 이용을 꺼려 택시 운전사들의 근심을 더해주고 있다. 임씨는 "10년 전 1만원이면 충분했던 연료비가 지금은 전체 수익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며 "빈 택시로 다니는 게 겁나 한곳에서 기다리며 연료값을 아껴보려고 한다"고 했다. 차량용 LP가스는 5월 현재 ℓ당 946.26원. 1년 전보다 210원이 올랐다.
◆앞으로도 더 올라=문제는 LP가스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최근 원화 상승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해상운임과 국내물류운임도 함께 올라 그 비용이 가격에 반영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정부의 물가관리 대상에 포함된 도시가스 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
대구도시가스 PR팀 김영권 과장은 "정부의 가격 억제로 도시가스 가격이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이상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고 제때 인상하지 못한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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