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원에 파는 양심…지하철 부정승차 급증

입력 2008-05-29 09:59:48

▲ 지하철 역사 개찰구에서 한 무임승차 시민이 개찰구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지하철 반월당역.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지하철 역사 개찰구에서 한 무임승차 시민이 개찰구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지하철 반월당역.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8일 오후 2시 대구지하철 2호선 계명대역. 4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승강장 개찰구를 통과하자, '삐익~' 소리와 함께 역무원이 달려와 여성을 붙잡았다. 학생 정액권을 사용해 지하철을 타려다 적발된 것. 성인이 교통카드를 이용해 개찰할 때는 '파란색' 불이 들어와야 정상이지만, 이 여성의 경우 학생할인권으로 개찰할 때 켜지는 '초록색' 불이 켜졌다. 이 여성은 "초등생 딸이 준 카드를 모르고 사용했다"고 변명했다. 이 경우 요금의 30배를 물어야 한다.

지하철에 '양심'을 버리는 얌체 시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하철 발권(發券) 시스템이 무인화되면서 부정 승차 행위에 대한 점검이 어려워진데다, 올 들어 고유가 파동으로 지하철표 값이라도 아껴보자는 심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대구지하철공사에 따르면 ▷노인·국가유공자·장애인 우대권 부정 사용 ▷교통 할인 카드 부정 사용 ▷무임승차 등으로 부정 승차를 하다 단속된 건수는 지난 한해 3천900여건이었으나 올 들어 현재까지 2천800여건(금액 7천1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측은 "이대로 간다면 연말에는 부정 승차 건수가 6천건을 넘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2005년 무인화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경로·장애인 우대권을 몰래 사용하는 승객들이 많아졌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누구라도 경로 우대권을 뽑을 수 있다. 우대권을 사용할 경우 개찰구에서 다른 색의 조명이 켜지지만, 직원이 없으면 그대로 통과할 수 있다. 아예 표를 뽑지 않고 풀쩍 넘어가는 사람도 꽤 있다.

지하철 1호선 반월당역사 관계자는 "특별 단속을 할 때만 잠시 수그러들 뿐, 부정 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얌체 승객들 종류도 갖가지다. 역무원에게 적발되면 무작정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는 '우격다짐형'부터 봐달라고 애원하는 '눈물 호소형', 부정승차를 한 적이 없다며 잡아떼는 '모르쇠형'까지 다양하다. 2호선 계명대역 직원 남승희(38)씨는 "가장 딱한 경우가 노인분들"이라며 "출생 신고가 늦게 돼 실제 나이로는 우대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호소하면 벌금을 매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는 부정 승차에 대해서는 계고 없이 즉시 벌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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