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은 '금연의 날'…"이번엔 끊어보자"

입력 2008-05-29 07:33:05

한때 '담배 끊은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는 말이 유행했다. 독한 사람이란 얘기다. 그러다 금연 분위기가 조성되고 금연 인구가 늘어나면서는 '담배 피우는 사람과 사귀지 마라'는 말도 생겼다. 다들 금연하는데 얼마나 독하면 계속 피우겠느냐는 것. 어쨌든 둘 다 담배 끊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다. 온갖 질병의 근원이고 가족이 싫어하는 것을 알지만 쉽게 되지 않는 게 금연이다. 금연을 시도했더라도 니코틴 중독, 술자리, 흡연하는 주변 환경, 스트레스 등으로 다시 담배를 뽑아 물기 일쑤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는 법. 될 때까지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연초 금연에 실패했다면 31일 '금연의 날'을 맞아 다시 시도해 보자. 나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숫자로 본 흡연과 금연

3-흡연자의 중년 사망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3배나 높다. 흡연 남성의 52%, 흡연 여성의 43%가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전세계 사망자 6명 중 1명이 담배 때문에 숨진다.

5-혼자서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률은 5%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의료인의 권고와 관심을 받으면 10%, 약물 등 금연진료를 받으면 30~50%까지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8-흡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암 종류만도 폐암, 구강암, 인두암, 췌장암, 후두암, 방광암, 신장암 등 8가지에 달한다. 모든 암의 32%가 담배 때문에 발생한다. 또 폐질환,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등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뿐 아니라 백내장, 주름, 난청, 버거씨병, 충치, 골다공증, 자궁경부암, 유산, 정자변형 등 크고 작은 질환의 원인이 된다. 흡연자의 평균 기대 수명 단축도 8년이다.

43.4-2007년 9월 현재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3.4%로, 2명 중 1명꼴로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그나마 금연운동,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1980년 79.3%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4만7천-우리나라에서만 해마다 4만7천명이 담배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500만명이 흡연으로 숨지고 있는데 2030년엔 1천만명이 담배 때문에 사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연, 마음만 먹으면 된다?

흡연자 상당수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금연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물론 금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심과 의지다. 그러나 혼자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의지만 믿고 무작정 시도해선 실패하기 십상이다. 철저한 계획과 생활 습관 개선 등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와 흡연 습관 분석에 따른 금연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왜 담배를 피우는지 관찰한 뒤 위험 환경을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의 도움이다. 생일이나 기념일 등 의미있는 날을 정해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에게 금연을 선포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금연을 시작하면 2주~한달 정도는 회식이나 모임을 피해야 한다. 식당에 가면 금연구역에 앉고,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도 자제하는 게 좋다. 흡연 욕구는 3~5분. '1분만 참자'를 반복하며 3번, 3분만 견디면 넘길 수 있다. 이렇게 2주를 넘기면 금단 현상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금연에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이 후에도 스트레스, 흡연 분위기 등 충동의 순간들을 잘 참고 견뎌야 한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

금연에 들어가면 크건 작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 금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집, 사무실, 차 등 자신의 공간에서 담배는 물론 라이터, 재떨이를 모두 찾아 버린다. 또 주로 담배를 피웠던 장소나 행동 등을 멀리하는 등 담배 유혹 환경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도 담배가 피우고 싶을 땐 껌을 씹거나 심호흡, 칫솔질을 하고 냉수를 마시는 등의 대체 수단을 동원, 입과 손을 바쁘게 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살찌는 간식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오이, 당근 등 채소류가 제격이다. 금연과 함께 운동을 시작하거나 운동 시간을 늘리는 것도 금연 욕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어렵거나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전문의 상담이나 전문 금연 치료 보조제를 사용하는 것도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담뱃값도 떠올려 본다. 담뱃값만큼의 액수를 매일 저금해 가족 여행을 간다든지 불우이웃을 돕는다든지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의지를 다잡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아내나 자녀 등 가족과 금연 약속을 한 뒤 단계별로 성공할 때마다 선물 등 적절한 보상이나 응원 문자나 편지, 카드 등 격려를 받는 게 의지를 북돋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대현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