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저층 아파트, 필로티공법 후 '귀하신 몸'

입력 2008-05-28 07:31:27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찬밥'으로 취급받던 저층의 몸값이 달라지고 있다.

고층화가 진행되면서 주택회사나 수요자들 사이에서 1, 2층이 '왕따 상품'으로 취급받아 왔지만 1층을 들어올린 필로티 공법을 채택하고 조경에 관심을 쏟는 단지가 늘면서 '저층만의 장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단지의 경우 1. 2층을 공부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단지 내에서 목 좋은 저층의 인기가 늘고 있다.

◆정원을 품안에

지난해 입주를 한 수성구 범어동 동일하이빌. 단지가 220가구 규모로 비교적 작지만 단지 내에 들어서면 마치 리조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지상 공간의 대부분을 조경 시설로 특화한 때문이다.

특히 1층을 없애고 5m 정도를 들어올린 뒤 2층부터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작은 단지지만 지상 공간의 쾌적성도 양호하다.

동일하이빌의 김격수 이사는 "필로티 공법으로 동선이 분리돼 있어 저층 거주자들이 엘리베이터나 복도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며 "지상 보행자 통로도 발코니와 4~5m 떨어져 있고 숲길로 조성돼 있어 저층 거주자들의 사생활 침해 문제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인근 중개업소인 부동산하우스 이성희 소장은 "로열층으로 통하는 중간층은 앞 동이 시야를 가리지만 저층으로 내려갈수록 발코니 풍경이 좋아져 입주를 앞두고 저층을 찾는 분들이 많았다"며 "가격도 중간층과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재테크 수단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아 놀이방이나 공부방으로 사용할 경우 상가보다 임대료가 저렴한데다 주거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단지 내 입주 가구가 4천가구에 이르는 수성구 황금동 캐슬골드 파크의 경우 단지 내 저층을 이러한 용도로 사용하는 가구가 20~30가구에 이르고 있다.

롯데건설 배명우 대구지사장은 "아파트 내 공부방이나 놀이방은 이용객이 많아 저층을 선택해야 민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평당 매매가는 주변 상가에 비해 20~30% 이상 저렴하지만 접근성은 일반 상가보다 단지 내 1층이 더욱 좋은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가치 있는 저층을 찾으려면

저층은 분양 가격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로열층에 비해 3~5% 이상 저렴하며 시공사에 따라 새시나 발코니 확장 등을 무료 시공해주는 단지도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격이 4억이라면 최소 2천만~4천만원 이상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저층 선택시에는 주변 입지와 필로티 여부, 단지 내 조경 등을 따져봐야 한다.

우선 대단지일수록 상대적으로 저층의 몸값이 높다.

조경 면적이 넓은데다 단지 외부 도로나 인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소음과 사생활 침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필로티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분양대행사 드림하우징 신무헌 이사는 "시공사마다 단지 조경 특화 등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조경이 좋은 단지 저층은 오히려 앞동이나 일반 건물에 시야가 막히는 중고층보다 전망이 좋은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반드시 발품을 팔아 현장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단지면서 필로티 공법을 채택했고 지상 정원 특화가 된 단지는 1천800가구 규모인 달서구 월성동 대우 푸르지오와 수성구 상동 동일하이빌(1천500가구) 등을 꼽을 수 있다. 월성 푸르지오는 동간 거리가 최대 85m에 달해 저층의 일조권 및 조망권이 양호한데다 단지 내편에는 1만㎡의 본리 공원이 바로 접해 있다.

또 내년 2월 입주를 시작하는 상동 동일하이빌은 단지 내 조경 면적만 3만㎡에 이르는데다 최고층이 15층이지만 6m에 이르는 필로티를 적용해 저층도 일조권 확보에 문제가 없다. 특히 단지내 산책로만 1.2㎞에 이르고 있으며 지상 주차장을 없앤 공간에 각종 정원과 놀이 시설을 배치해 저층일수록 '녹색 조망권'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지하 주차장이나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코앞에 있거나 일조권이 나쁜 곳은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선택에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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