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세계의 70가지 미스터리/브라이언 M. 페이건 엮음/남경태 옮김/역사의 아침 펴냄
에덴동산은 정말 존재했을까?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의 전설은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언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고대 이집트인은 아프리카 흑인이었을까? 투탕카멘은 어떻게 죽었을까? 로마의 사라진 군단은 어떻게 됐을까? 잉카인들은 무슨 이유로 아이를 제물로 바쳤을까? 미노스, 마야, 페루의 고대문명들이 붕괴한 이유는 무엇일까?
■ 사라진 도시, 소돔과 고모라
소돔과 고모라의 파괴는 구약성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에 속한다. 이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은 토지 소유권, 동성애, 상속, 근친상간 등에 시달렸다. 이들은 결국 신의 분노를 샀고 유황과 불을 맞고 파멸했다. 이 이야기는 흔히 성서의 윤리를 배우기 위한 비유로 간주된다. 소돔과 고모라는 현재 요르단에 속한다. 그 도시에서 성서에 묘사된 것과 같은 사건이 실제로 있었을까?
사해 일대에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 부합하는 듯 보이는 지질 현상이 있다. 이 지역은 두 개의 거대한 육괴가 부딪혀 침강하는 과정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역사 기록에서도 지진으로 많은 도시가 파괴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단층선에 위치한 도시들이 더욱 심했다. 깊은 단층대에 있는 사해는 해수면보다 낮으며, 농도 짙은 소금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인근 지역까지 소금 성분이 침투해 언뜻 보면 사람형상 같은 기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구약성서에 따르면, 소돔이 파괴되기 전에 도시를 빠져나와 도망치던 롯의 아내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신의 명령을 거역한 대가로 소금기둥으로 변했다) 또 사해에 물건을 빠트리면 순식간에 소금으로 뒤덮인다. 롯의 아내가 소금기둥으로 변한 것은 그와 같은 자연현상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전설처럼 들리지만 소돔과 고모라의 파괴는 물리적·역사적으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 세상은 2012년에 끝날까?
'또다시 굴욕과 파괴와 파멸이 찾아온다. … 하늘에서는 송진이 비처럼 쏟아졌다. 얼굴을 도려내는 새가 와서 사람들의 눈알을 도려냈고, 피를 솟구치게 하는 박쥐가 와서 사람들의 머리를 뽑았다.'
과테말라 고원에 살던 키체족의 신화적 서사시 '포폴 부', 즉 '회의록'의 일부이다. 원본은 상형문자였을 것이다.
마야인들은 2012년 12월 지금의 인류가 무시무시한 재앙을 맞아 지구상에서 소멸한다고 예견했다. 불, 홍수, 악마의 역병이 번진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쯤 날짜가 틀릴 수 있으나, 고대 마야력은 '시간의 종말'을 2012년 12월 23일로 본다. 그러나 이는 완전하지는 않다. 토르쿠게로 유적에서 발견된 비문 하나만이 종말을 2012년으로 예언했다. 게다가 그것도 훼손이 심해 일부분밖에 해독되지 않았다. 그들이 예견했던 재앙은 전염병과 새 종교에 대한 강요, 그로 인한 전통 문화의 파괴일 가능성이 높다.
■ 언어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평균적인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6만개 정도의 단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유아시절 아이는 어떤 언어든 배울 수 있는 두뇌를 가지고 있다. 한국 아이라도 미국에서 자라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두살 무렵 아이는 최소한 하루 열개 단어를 배울 수 있고, 그 단어들을 짜 맞춰 제법 복잡한 내용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침팬지는 기껏해야 수백개 정도 단어만 습득할 수 있다. 침팬지 언어의 문법적 복합성은 간단한 배열 정도에 불과하다. 500만년 전 인류의 언어능력은 사실상 침팬지 수준에 불과했다. 그들은 언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한 것은 60만∼20만년 전, 인간의 두뇌가 현대와 같은 1천200∼1천500cc에 이른 후였다. 그러나 그들이 오늘날과 같은 유창한 언어를 사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언어는 의식이나 창조적 지능 등 여타 인지능력과 별개로 성장하지 않는다. 마음을 알기 전에 마음을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분명한 것은 25만년 전 인류는 큰 뇌를 가졌으며, 그들은 뛰어난 수렵자, 채취자였고 수다쟁이였다는 사실이다.
■ 대형 동물은 왜 멸종했을까?
빙하시대 수렵-채집자들은 유럽, 북아시아, 북아메리카에서 매머드를 보았다. 거대한 사슴이나 털북숭이 코뿔소, 동굴곰 등은 왜 한순간(진화의 긴 시간과 비교했을 때 짧은 순간) 사라졌을까?
대형동물의 멸종 이유는 매우 복잡하다. 학자들은 이들 동물의 멸종 원인을 빙하시대가 끝나면서 닥친 극적 기후변화와 가장 치명적인 살육자 호모사피엔스 때문으로 본다.
대형동물 멸종과 관련한 가장 주요 쟁점은 매머드다. 기후가설과 관련해 학자들은 매머드들이 살던 땅이 툰드라로 바뀌면서 성장이 늦고 영양분이 적은 식물들이 자라났다고 본다. 이로써 매머드의 먹이가 되는 다양한 초본과 관목이 풍부한 지대는 빽빽한 삼림과 초원, 건조한 사막지대로 변했다. 기후변화로 먹이가 줄었기 때문에 매머드가 멸종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매머드가 그전까지 몇차례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일부 학자들은 매머드와 대형동물의 멸종은 인간의 사냥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북아메리카의 경우, 인간이 대륙에 도착한 시점과 대형동물의 멸종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사냥에 의한 멸종학설도 한계는 있다. 매머드 이외의 대형동물들이 사냥되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전염병 때문이라는 학자도 있다. 근래에는 먹이 부족으로 인한 개체수 감소와 남획이 겹쳐 이들의 멸종을 야기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 잉카인들은 왜 어린이를 제물로 바쳤을까?
'옛날에 열네살짜리 소녀가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이 섬에 끌려왔다가 풀려났다. 족장의 부하는 소녀의 몸을 자세히 살피던 중 한쪽 가슴에서 작은 사마귀를 발견했다. 그 사마귀 덕분에 소녀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간주되었던 것이다.'-베르나베 코보 신부, 1653년.
인신 제사는 잉카인들만이 행한 것은 아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사람 머리를 전리품으로 여기기도 했다. 잉카는 단지 그런 관습을 종교와 제국 이데올로기 속으로 끌어들여 제국을 공고히 하려 했다. 다른 제국에 비하면 잉카 제국에서는 인신제사가 드물었다. 그런데 유독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관습이 있었다.
잉카제국은 4천㎞에 걸쳐 길게 뻗은 다민족, 다언어의 방대한 국가였다.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고대제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질적인 집단을 통합하고 지배자의 권력을 팽창시키는 수단은 종교였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의 군주가 자신의 아이를 제물로 내놓은 것은 제국과 창조주에 대한 충성심을 나타내는 행위였다.
전설과 신화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미 강력한 상징이나 굳건한 신념으로 작동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미스터리(신화 전설, 혹은 자연현상, 제례 등)를 추적하고 있다. 500만년 전 인류가 남긴 흔적은 물론이고 1991년 발견된 얼음인간, 21세기 재앙이 된 일기변화 등 가장 최근까지 밝혀진 사실까지 수록하고 있다.
대표 작가 외에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종교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 28명이 각 분야별로 따로 글을 썼다. 일부 필자는 과거의 미스터리에 대해 명확한 답을 줄 수 없다고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304쪽, 4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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