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오찬 간담회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통과와 경제체질 강화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전국 230여곳 자치단체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련해 "인기없는 정책은 안 하면 되지만, 그러면 먼 훗날 살아갈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머리띠 두르고 허리띠 조르고 할 수밖에 없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모든 것을 대외에 의존하고 해외시장에 팔아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경제다"라며 "우리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 경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FTA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체질 강화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하루만 지나면 기름값 오르고 가격이 치솟고, 이런 일이 (과거에) 없었다"며 "힘들지만, 인기 떨어지는 정책이지만, 경제 체질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1, 2년 후에는 세계 경제가 안정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후퇴를 경험하겠지만 대한민국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대통령은 또 중앙정부를 비롯한 공직사회가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중앙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목도 뻣뻣하고, 허리도 뻣뻣하고…"라며 공직자들의 유연하지 못한 자세를 간접 비판한 뒤 "지역의 민의와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여러분들이 변화를 주도해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막상 당선되면 공직사회를 개혁하기가 힘들다. 표를 잃으니까 잘 안 하게 된다"면서도 "그러나 민간의 역동성과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도와주고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특히 지자체 조직 개편 및 인력 감축(1만명)과 관련, "당장은 힘들겠지만 발상을 전환하여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꼭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되 불필요한 일과 민간이 할 일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언급도 다시 했다. "지방은 창의와 경쟁력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며 "새 정부는 중앙 권한을 대폭 지방에 이관함과 동시에 스스로 노력하는 지자체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혁신도시와 관련, 이 대통령은 "혁신도시 기업도시는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각 지자체가 어떻게 하면 지역특성을 살린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지 좀 더 많은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대구·경북 방문 결과와 관련, "시도가 힘을 모아 공동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생산적·실용적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영호남 10개 지자체가 가야권문화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공동 노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는 지방행정의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의 각종 건의와 제안이 쏟아졌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화장장 유치 문제로 2차례나 주민소환 투표를 한 경기 하남시의 예를 들며 주민소환제도를 좀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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