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이해

입력 2008-05-23 10:11:35

최근 미국산쇠고기와 광우병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은 이 질병에 대한 공포 때문에 과학적 논거와 이해는 가려진 채, 감정적인 대립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추세이다.

필자는 기초의학과 단백질 치료제를 연구하는 과학인으로서, 국민에게 정확한 질병의 근거와 예방, 치료 등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여, 독자들이 막연한 공포와 혐오에서 벗어나, 차분히 판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인간광우병 (vCJD)은 프리온 (Prion)이라는 단백질이 일으키는 뇌질환의 일종으로, 수용성 단백질이 불용성으로 변하여 아밀로이드 섬유를 형성하여 뇌조직에 축적된다는 점에서 치매와 병리적 메커니즘이 매우 유사하다. 프리온이 일으키는 사람의 질병에는 인간광우병 이외에도, 크루츠펠트-제이콥 질병 (CJD), kuru, GSS증후군 등이 보고되어 있고, 인간광우병이 1990년대 영국에서 처음 보고되기 몇십년 전에 CJD와 Kuru 환자가 보고되었다. 가축에는 이미 몇백년 전부터 유럽에서 양의 scrapie가 보고되었으므로 뇌에 스펀지 모양의 구멍이 생기는 프리온 질병은 신종 전염병은 아니다. 특히 파푸아뉴기니의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포어족 들의 독특한 장례 풍습-장례식 후 망자의 뇌를 나누어 먹는- 때문에 발생한 Kuru병 (포어족의 언어로 '벌벌 떨림'의 의미)도 소가 육골분 사료를 섭취하여 발생한 광우병과 인과관계와 증상도 유사하다.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프리온 질병은 유전자 없이 단백질로만 발병가능하고 유전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 따라서 프리온은 단백질 변성유도제에는 민감하게 활성을 상실한다. 프리온의 기능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포유류의 뇌에서 잘 발현되며, 생쥐에게서 프리온 유전자를 제거해도 생존에는 아무 지장 없음이 최근 보고되었다.

CJD의 진단은 과거에는 뇌 생검을 통해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파악해야 했으므로 조기 진단은 사실상 불가능하였지만, 최근에는 항체를 사용한 진단을 통해 혈액과 임파선에서 비정상 프리온 농도를 검출하여 진단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CJD의 치료를 위해 현재 허가된 약물 치료 방법은 아직 없지만, 임상시험 중인 약물은 Quinacrine 과 Chlorpromazine 두 가지가 있다. 이들은 질병유발 프리온의 전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고, 이미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 판매 중이므로 쉽게 프리온 질병 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Chlorpromazine은 뇌조직에서 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희망적이다.

프리온은 생명진화의 주체가 DNA와 RNA 같은 유전자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고 다른 형태로도 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적 의미를 가진다. 정교하게 복제되고 전달되는 DNA마저도 100% 정확하지 않아 인간에게는 암과 같은 많은 치명적 질병이 있다. 프리온은 바이러스도, 세균도 아니지만 스스로 복제될 수 있고, 전달될 수 있고, 치명적인 희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로 인간 진화의 산물이다. 따라서 광우병을 포함한 프리온 질병은 단지 미국산 쇠고기를 혐오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듯하다. 실제로 광우병의 원조 나라인 영국에서도 1990년 이후 현재까지 CJD로 인한 사망자가 1천297명인데 비해 그중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163명이었다. 따라서 더 넓은 안목으로 프리온 질병을 알고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철저한 검역과 유통 단계의 감시가 더욱 필수적이다.

조경현 영남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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