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오일 쇼크?…밀려오는 불안

입력 2008-05-23 10:17:06

자고나면 기름값이 오르면서 '3차 오일쇼크'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3차 오일쇼크 진입?

현재의 국제유가는 당시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이미 2차 오일쇼크 수준에 도달해 있거나 도달 직전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는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 사상 최고가인 배럴당 135.09달러까지 오른 뒤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 종가에 비해 2.36달러 떨어진 배럴당 130.81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배럴당 130달러는 6개월 전만 해도 극히 일부 전문가들만 예측했던, 도달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던 가격.

이런 추세대로라면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서서 최악의 경우 200달러에 도달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6개월에서 24개월 안에 국제유가가 공급부족 등으로 배럴당 150∼200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도 지난 1월 배럴당 87달러로 제시했던 올해 예상 평균유가를 최근 배럴당 101달러로 수정했다. EIA는 또 내년 예상 평균유가도 배럴당 92.50달러로 제시, 고유가 현상의 지속을 예상했다.

이번 발표는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투기적 자본에 의한 것으로 치부됐던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미국 정부가 공식으로 예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거시지표 악화 현실로…

유가 급등으로 성장률과 국제수지, 물가 등 거시지표의 악화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메릴린치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5%에서 4.8%로, 노무라연구소는 4.9%에서 4.0%로 대폭 내려잡았으며 도이체방크와 씨티그룹은 3.9%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성장률 전망이 하향 일로를 걷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원유가격이 10% 오르면 무역수지가 80억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146억달러 흑자였지만 올들어 4개월째 적자를 기록하면서 누적 적자가 60억달러에 육박해 앞으로 유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올해 무역흑자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정부는 올해 원유 평균 도입단가를 배럴당 80달러 선으로 보고 경제운용 정책을 세웠는데 벌써 예상보다 50% 이상 뛰어버렸다. 우리나라는 연간 9억배럴의 원유를 도입하고 있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만 올라도 추가부담이 90억달러에 이른다. 우리 경제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물가 충격은 이미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급등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가 4월에는 4.1%나 뛰어 3년 8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고 원재료 물가는 56%나 폭등했다.

경제 분석가들은 유가 폭등과 이에 따른 물가 급등, 소비·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이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성장률 전망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원인은 신도 몰라!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조차 유가 급상승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해석도 제각각이다.

석유업체들은 투기꾼들의 무분별한 투기행태를 비난하는 반면 투기꾼들은 공급부족과 세계적인 수요증가 때문에 국제유가가 급등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의 일부 의원들은 석유공급을 통제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OPEC은 미국인들의 방만한 석유소비와 미국의 무책임한 석유정책 등을 고유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 브라질 등 개발에 나선 신흥 성장국가들이 석유를 무제한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많다.

◆각국은 대책마련 분주, 우리는?

세계 각국은 고유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은 투기를 막기 위해 대형 기관투자가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인도는 200억달러에 달하는 석유보조금 집행을 계획하고 있고, 레바논 멕시코 페루는 석유세 인하, 필리핀 우크라이나는 석유 수입관세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실내 냉난방 온도제한, 연비 1등급 차량 통행료 할인 등은 시행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다음달 정부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중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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