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고유가 쇼크
기름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는 불가능하다. 지구가 석유에 의해 운행되는 상황에서 살인적인 고유가가 우리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1년 전에 배럴당 70~80달러선이던 유가가 올해 초 100달러를 돌파하더니 급기야 130달러를 넘어섰다. 현재와 같이 하루 2, 3달러씩 상승하는 추세라면 다음달 초 150달러 돌파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설마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낙관적인 분위기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중동산 두바이유마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배럴당 80달러 이상 부분은 투기적 요인에 의한 과대평가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투기 수요가 잠재워지면 안정될 것이란 의미가 내포됐다.
석유공사는 이때 '2008년 수정 유가전망' 자료에서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전망치를 지난해 말 내놓은 배럴당 77.5달러에서 95달러로 대폭 상향조정하면서도 100달러 이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도 이 같은 전망에 견해를 같이했다.
하지만 유가는 올해부터 100달러를 넘어서서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투기가 아닌 공급 부족일 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달러 약세 ▷전문가들의 잇따른 고유가 전망 ▷중국의 원유소비 증가 ▷미국의 원유 재고량 급감 등을 고유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원유 수요는 지난 10년간 크게 늘지 않았는데다 세계 원유 생산도 증가했기 때문에 10년 만에 국제유가가 2배 이상 오른 것에 대한 설명으로는 미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투기가 아닌 공급부족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석유생산 세계 1, 2위인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 생산이 줄기 시작했다는 것.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30년간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생산 가능한 대형 유전이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석유고갈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전 세계 하루 원유생산량은 8천500만배럴로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준이지만 2020년쯤이면 공급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년 안에 세계 원유 수요 9천5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유자원이 향후 40~50년 이내 고갈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내다보는 대통령, 못 따르는 정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세계의 자원, 식량 등 모든 것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불허"라며 "석유값 200달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일 청와대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주재하며 "제가 2년전에 '석유값 100달러를 준비하자'고 하자 많은 분들이 '너무 앞질러 간다'고 했다"면서 대비를 주문했다.
정부도 80달러대로 예상했던 전망과 크게 어긋난 유가에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자판매의 둔화, 설비투자추계 부진 등을 근거로 "경제가 정점을 통과해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향후에도 세계경제 둔화, 유가 및 교역조건 악화 등에 따라 추가적인 경기위축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지식경제부도 당초 130억달러였던 무역수지 흑자목표에 대해 "유가 폭등으로 인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아직 게걸음이다. 에너지 절약책을 놓고 부처간 이견이 나오는가 하면 현실적인 대책도 거의 과거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일부 정책들은 여론의 반발로 입안도 되기 전에 무산돼 버렸다.
특히 전체 석유 소비의 30%를 넘는 수송 에너지 부문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한데도 아직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운수산업노조 화물연대나 소형 화물업주 등은 물류중단까지 경고하면서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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