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은 사람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계명대 권상장 교수의 지론으로는 성실하고 베풀 줄 알면서 겸손한 사람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후덕한 대인관계로 인해 보이지 않는 후원을 조금씩 쌓아간다. 주위에 인재도 모이고 힘든 시기에는 함께 돌파구도 열어주니 자연 운이 따르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운도 지혜와 노력의 산물인 게다.
지난달 한 야구 팬이 필자에게 물었다. "선동열 감독이 오승환을 만나지 못했다면 두차례 연속 우승이 가능했을까요?" 글쎄, 그걸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선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면 그 답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삼성 라이온즈 근무 시절 누구보다도 선수 선동열을 연구하고 관찰해왔다. 그를 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으니까 말이다. 필자가 느낀 선수 시절의 선동열은 스스로에게 철저한 사람이었다. 선발 등판한 다음날은 휴식일이지만 그는 더그 아웃 맨 끝에 앉아 경기가 끝날 때까지 타자들의 승부 과정을 점검하곤 했다. 당시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쉬는 날 나와서 대체 뭘 생각하는 거지?" 한참이 지나서야 내린 결론은 '그는 해답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 경기 후에 그의 볼배합을 분석해보면 타자에 따라 문제를 풀듯 그가 던진 모든 투구마다 이유를 갖고 있었다. 선동열은 불필요한 힘을 낭비하지 않았다. 자신의 투구 스피드에 비해 타자의 스윙 스피드가 느리다고 판단되면 어김없이 직구 3개로 끝냈다.
좋은 무기를 가졌다고 해서 늘 이기는 것이 아니다.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상대를 더 세밀하게 알아가면서 이기는 수순을 터득한 것이 그를 최고 투수로 거듭나게 했을 것이다. 그만큼 야구선수로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몫에 대해서 최고를 지향하는 철저한 사람이었다. 친구들과 밤늦게 술을 마셔도 다음날 마운드에 서면 어김없이 냉철한 싸움꾼으로 변하는 그를 보면서 과연 프로는 이런 것이구나고 느꼈었다.
선 감독의 야구철학은 분명하다. "야구는 인간의 몸과 정신으로 하는 것이고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8개 구단 감독 중 나이도 가장 어리고 경력도 가장 짧지만 지도자로서 야구의 핵심을 보는 견해가 뚜렷한 것은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그의 소신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장점을 살린 '지키는 야구'를 선택했다.
지도자가 된 뒤에 만난 선 감독의 첫 인상은 가식이 없는 소탈함, 그 자체였다. 담백하고 싹싹한 성격이었고 화려한 명성 뒤의 무게감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빈틈 없는 삼성의 프런트가 그를 감독으로 선택한 이유도 야구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함께 지도자로서의 인물됨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운은 벼락처럼 마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 감독이 오승환을 만난 것은 노력하는 자에게 오는 필연이 아닐까?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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