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제탓"…몸 낮춘 MB "귀·마음 더 열겠다"

입력 2008-05-22 10:43:26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으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말로 '대국민담화문'을 담담하게 읽어내려갔다.

취임 후 100일이 채 안된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나선 것은 그만큼 미국산 쇠고기수입 파문으로 확대되고 있는 민심이반 현상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청와대 안팎의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반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된 인적쇄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이 정도의 대국민 사과로 급락하고 있는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도 없지 않다.

청와대는 21일 이 대통령의 대구경북방문때까지 대국민담화문 발표의 시기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가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갖고 담화문발표를 22일 갖기로 결정했다. 17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의 회기가 이번 주 끝나고 내주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장관고시를 앞두고 있어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쇠고기파문과 한미FTA비준동의안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파문과 관련, "쇠고기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축산 농가 지원 대책 마련에 열중하던 정부로서는 소위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데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다"며 쇠고기 파동이 몰고 온 충격이 컸음을 솔직히 토로했다. 특히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으며 부모님들께서도 걱정이 많았을 것"이라며 착잡한 심경의 일단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에 대해 "(광우병 발병등의)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입을 중단하는 주권적 조치를 명문화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국민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회견문 말미에 다시 한 번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며 국정운영 혼선의 책임론을 자인했다. 현재로선 이 방법이 쇠고기 파문으로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현실적 방안이란 판단인 듯하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국민께 다가가고 저와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하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더욱 매진하겠다"는 말로 국민의 재신임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회견의 대부분을 한미FTA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17대 국회 임기내 비준안 처리를 거듭 촉구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지금 세계 경제는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제하고 "한미 FTA는 3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 등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며 한미FT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의 5월 국회 처리에 대해 "여야를 떠나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한다"며 야당측의 용단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한미FTA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야당측의 협조를 요청한 데 이어 곧바로 국회를 찾아 임채정 국회의장과 야당대표들을 만나 FTA처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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