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 했을뿐인데…범법자 몰려
중학생 최모(13·대구 달서구 월성동)군은 지난 3월 경찰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출판물 저작권법 위반으로 인해 고소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2월 국내 판타지소설(10만원 상당)을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10원에 다운받았다가 한 인터넷 카페에 다시 올린 것이 문제가 될 줄은 까맣게 몰랐던 것. 저작권자는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 60만원을 요구했고, 최군은 현재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상태다. 최군의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이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해놓고 저작권법 위반의 책임을 씌우는 건 너무 하지 않으냐"고 항변했다.
◆청소년 전과자 만드는 자동 업로드
저작권 개념에 취약한 청소년들이 무차별 고소를 당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만화책, 소설, 영상물 등을 자주 다운로드 받는 P2P(Peer to peer·파일공유) 사이트의 경우 접속과 동시에 자동 업로드 기능이 있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P2P사이트나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도 이에 대한 방지장치를 전혀 마련치 않아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
김모(19·남구 대명동)군은 파일공유 사이트에 접속한 채 컴퓨터를 켜놓고 잔 것이 화근이 돼 지난달 저작권자 측에 합의금 120만원을 물어야 했다. 김군이 만화책 1권 분량을 다운로드받는데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하지만 컴퓨터를 밤새도록 켜놓는 바람에 다른 접속자들이 김군의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졸지에 불법으로 자료를 올린(업로드·Upload) 범법자가 됐다.
현행 저작권법은 타인의 저작물 등을 권리자의 동의 없이 무단 게재, 불법 복제, 유포를 금하고 있으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라는 문구를 쉽사리 넘기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저작권을 침해당한 저자들은 협회를 통한 소송으로 적극 대응하면서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 합의금은 적게는 50만원에서 100만원에까지 이른다. 저작권 침해가 많고 피해가 명백한 손쉬운 소송이다보니 법무법인들도 수익을 노리고 저작권 소송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 변호사는 "합의율이 20%만 되도 저작권자나 변호사 모두에 남는 장사"라고 했다.
이 때문에 대구 달서경찰서 한 곳만 해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총 148명에 대한 저작권 침해 고소가 이어졌고 이중 10대가 100명을 넘었다. 대구 전체로는 올해만 1천건이 넘을 정도로 저작권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 피고소인은 15~20세 사이의 청소년이 70%를 넘었다. 중·고교생 경우 '전과 기록'이 무서워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금을 물고 있는 실정이다.
◆줄 잇는 저작권 침해, 방지책은 부실
국내 파일공유 사이트들은 최근 저작권 보호를 위해 작품 제목을 검색어에서 제외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작권보호 요청이 접수됐으므로 저작물 공유 내역을 확인, 공유 설정해 놓은 저작권 침해 파일을 모두 삭제하거나 즉시 공유 설정을 해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자의 요청 없이는 이런 경고를 보낼 수 없고, 일부 저작권자들은 이 같은 자구책도 하지 않고 있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지상호 경장은 "사이트에 저작권보호 요청 등을 거의 해놓지도 않은 채 뒤늦게 합의금만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권준호 변호사는 "이용자도 조심해야겠지만, P2P사이트 등이 저작권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는 업·다운로드 방지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 P2P는?=P2P로 불리는 파일공유 사이트는 접속자의 컴퓨터가 온라인상에서 연결되는 형태다. P2P 사이트는 웹하드 방식 사이트와 달리 접속자끼리 파일이 공유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영화를 다운받고 있다면 다른 접속자들이 A를 포함해 이 영화를 다운로드받는 다른 이용자들의 컴퓨터에 접속, 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게 된다. P2P의 특성상 개인이 공유하겠다고 지정한 폴더를 개방하면 동시 접속자들이 일시에 자료를 복사해 갈 수 있어 공유자는 불법 업로드로, 접속자들은 불법 다운로드로 저작권법 위반을 저지르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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