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는 단군의 자손, '단일 민족'이라는 걸 '자랑'으로 배운 적이 있다. 그런데 근대화 이후 한 세기, 100년을 넘기면서 우리사회는 급속한 혼혈이 이뤄지고 있다. 시골 마을의 동남아 결혼이주자뿐만 아니다. 싫든 좋든 예비 혼혈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교사, 연구원, 학자 등 노란 머리, 파란 눈, 하얀 얼굴, 까만 얼굴들이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다.
지난해 말 외국인 체류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굳어진' 현실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구거주 외국인도 2만명 정도로, 일반근로자, 산업연수, 결혼이주자, 유학생 순으로 살고 있다.
최근 달서구 이곡동 원룸 밀집지역에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 100여명이 달서구의 '깨끗한 동네 만들기'에 동참하여 빗자루와 집게 등을 들고 새벽청소에 나섰다. 앞으로 이들 가운데 성서공단 첨단업체를 이끌어갈 핵심 중역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Jerry Yang)과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그리고 '유투브'창업자 자웨드 카림(Jawed Karim)과 스티브 첸(Steve Chen)이 있다. 제리 양과 스티브 첸은 대만, 세르게이 브린은 러시아태생의 유대인, 자웨드 카림은 방글라데시인 아버지를 둔 독일출신이다. 미국 의사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 10명 가운데 4명은 인도인이라 한다. 펩시콜라 회장도 인도출신 이민 1세 여성 인드라 누이다.
우리들 역사에도 1960년대 어렵던 시절, 낯설고 물선 독일에 건너간 어린 간호사나 숨 막히는 지하 1천m막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석탄을 캐내던 광부들은 조국과 가족을 위해 땀을 흘려야 했다. 몇년 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서독에서 이들을 만나 가난이 서러워 통곡했던 '독일 드림'이 있다.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동서남북 물 건너 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구석구석에서 험하고 궂은일 마다 않고 독한 맘으로 꿈을 키우는 이들이 많다. 이렇듯 고금을 이어온 글로벌 시대에 이제 거꾸로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다문화'는 보다 바른 사회적 인식부터 절실하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숨어들어와 살고 있는 불법체류자도 있지만 합법적으로 들어와서 가정을 이루어 자식 낳고 잘 살아가는 건강한 가정도 있다. 다만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또는 경제적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직은 우리들에게 미숙했던 '다문화'가 '소외계층 배려'의 개념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보통 이웃문화'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적 깨우침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더 늦기 전에 우리사회가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 이주 여성, 그리고 그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 보다 바르고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착에 보다 정성을 쏟아야 한다.
우리 달서구는 대구시와 함께 오는 25일 '레인보우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다문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일곱가지 저마다의 색깔이 서로 조화를 이뤄 '무지개색'이라는 또 하나의 곱고 아름다운 색깔을 만들 듯, 인종과 계층을 넘어 모두가 하나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다. 그리고 민·학·관이 터놓고 협력해서 외국인 지원 관련 포럼구성, 국제화 거리 조성, 다문화 지원센터 건립, 한국어, 인터넷 교육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20일은 '세계인의 날'이고 이날부터 일주일간은 '다문화 주간'이다. 이 날들을 맞으며 우리는, 우리들 곁에 다가와 있는 또 하나의 이웃을 껴안으며 '글로벌 코리아'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곽대훈 / 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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