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아이가 갈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H양은 14세짜리 중학생이라고 보기에는 참 작고 예뻤다. 어른들로부터 무참히 유린당했다고 믿기에는 너무 연약하고 가냘펐다. 그러나 누구 하나 돌봐주지 않았고 결국 몸을 팔 수밖에 없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19일 가출 여중생을 협박해 수십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시킨 뒤 화대를 뺏은 혐의로 K(17·달서구 월성동)군을 조사 중이다. 이 여중생과 성매매를 한 J(35)씨 등 성인남성 14명과 이들을 투숙시킨 모텔업주 P(57·남구 대명동)씨 등 5명은 불구속했다.
경찰을 통해 전해진 H양의 사연은 가정에서 버림받은 아이가 빠져드는 탈선 경로의 전형이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이 파괴됐고, 어머니는 곧 재혼했다. 새아버지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했고 어머니는 아이를 내팽개쳤다. 갈 곳 잃은 아이는 PC방을 전전하다 인터넷 채팅방에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겠다"는 K군을 만났다.
그 뒤 소녀는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K군은 한 차례 성관계를 가진 뒤 소녀를 협박해 채팅방을 개설했다. 채팅방에 접속한 남성들은 28세부터 44세까지 회사원, 운전기사 등으로 정상적인 가정의 가장이고 어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승용차 안이나 공원, 모텔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녀를 데려가 일을 저질렀다. K군은 '대구 조건만남'이라는 채팅방을 개설, 화대 8만원씩을 받고 성매매를 시켜 200여만원을 챙겼다.
성매매를 한 어른들은 모두 사법처리됐고 K군은 절도죄로 대구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러나 요즘 소녀는 20대 남성과 동거 중이다. 소녀의 굴곡된 인생이 앞으로 얼마나 더 참혹하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경찰관은 "TV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하이에나 수십마리가 먹이에 달려들어 뺏고 뺏기는 행위가 벌어지는데 이번 사건이 그와 비슷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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