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팔·다리로 힘찬 물살…전국 마스터스 수영대회 '갈채'

입력 2008-05-19 09:43:59

▲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출전하는
▲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출전하는 '제1회 전국마스터스 어울림 수영대회'가 18일 대구 두류수영장에서 열린 가운데 한 팔과 다리가 없는 한 장애인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물속에서만큼은 몸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18일 오전 대구 두류수영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수영대회가 열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수영실력을 겨룬 '제1회 전국 마스터스 수영대회'에는 하루 종일 격려의 함성과 갈채가 떠나지 않았다.

대구시 장애인수영연맹·장애인체육회 주최로 열린 이날 대회는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출전했으며 일반인 선수 500명, 장애인 선수 150명, 자원봉사자·심판 200명 등 1천여명이 참가했다.

경기 모습도 여느 시합과는 달랐다. 휠체어를 레인 앞에까지 밀고 온 지체장애인들은 자신의 힘으로 출발대에 올라섰고, 몸을 지탱하기 어려운 선수는 수중에서 한 손으로 출발대를 붙잡은 채 신호를 기다렸다. 청각장애인들은 깃발을 보고, 시각장애인들은 부저소리를 듣고 힘차게 출발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터치봉(자원봉사자가 도착 표시로 몸을 쳐주는 봉)'도 등장했다. 어린 지적장애(정신지체) 선수들이 시합을 벌일 때는 어김없이 감독들이 도착점까지 따라가며 선수 이름과 구호를 외쳤다. 부산에서 올라온 최충교 감독은 "이렇게 해줘야 선수들이 더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최종국(49·대한장애인수영연맹 경기운영이사)씨는 의족을 떼내고 한 팔과 다리로만 훌륭한 평형을 선보여 우렁찬 갈채를 받았다. 50m 기록 43초. 최씨는 "평소 38초에 영 못미치는 기록이다. 대회 준비를 하느라 연습을 많이 못했다"며 아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리가 불편한 한 소녀는 물속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인어처럼 헤엄쳤다. 우순옥(47·여·서울시 장애인수영연맹 회장)씨는 "지난해 한강 건너기 대회를 완주했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이날 대회는 지적장애·청각·시각·지체 등 4개 장애 종류와 함께 장애등급(S3~S14)별로 비슷한 장애를 지닌 선수들끼리 진행돼 진행시간이 길었다. 관심을 끈 장애·비장애 선수 경연은 오후부터 치러졌는데도 선수나 관람객 등 누구 하나 지루해 하는 기색이 없었다.

평형 S14(지적장애) 시합에 아들 진용(21)씨를 참가시킨 어머니 김미희(47·달서구 도원동)씨는 "진용이는 6살때부터 수영을 시작했다"면서 "간단한 영법을 배우는데도 일반인에 비해 몇배의 힘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진용씨는 이날 오전 '장애인 수영계의 박태환'이라는 김진호(23·지적장애)씨와 나란히 영법 시범을 보여 박수를 받았다.

대구시장애인수영연맹 김병돈 회장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출전해 실력을 겨루면서 성적에 관계없이 서로에게 용기와 활력을 주는 좋은 장이 됐다"며 "장애인 스포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더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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