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푹푹 찌는 더위는 사람들을 쉬 지치게 한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가마솥 더위'의 방어군으로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냉방병이란 불청객이 찾아오고, 서민들에겐 전기요금 부담도 만만찮다.
한여름엔 韓屋(한옥) 대청마루만한 피서지가 없다. 여름날 한없이 게을러지고 싶으면 한옥 대청마루에 木枕(목침)을 베고 누워보라. 잠을 청하지 않아도 저절로 눈꺼풀이 감긴다. 마당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등 밑을 스쳐 지나는 데 버틸 재간이 있겠는가.
그렇다. 한옥은 어느 건축가의 말처럼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집'이다. 그러나 한옥은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다. 아파트 등 서양식 건물에 비해 좁고 추워서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가족제도와 생활양식이 바뀐 데다 비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야 하는 현대도시 환경도 한옥이 설 자리를 잃게 했다. 대신 그 자리엔 하늘로 향해 층층이 쌓인 집, 아파트라는 괴물이 들어섰다. 이에 따라 한옥은 '근대화에 실패한 건축양식'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영주 선비촌을 비롯해 서울 북촌과 전주 교동 한옥마을 등 전국 곳곳에서 한옥이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 경북도청은 최근 전통 한옥(고택)과 사찰 등 등 네 가지를 관광 산업 대도약을 위한 4대 소재로 설정했다. 숙박시설 부족으로 체류형 관광객 유치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문제점을 고택 체험으로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한옥은 계절과 자연의 변화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건축물이다. 도시인들이 '불편한 한옥'을 찾는 이유도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이 주지 못하는 정서적 풍족함을 한옥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옥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옥 본래의 좋은 점을 되살릴 수 있다면, 한옥이 우리의 삶과 정서를 담는 공간으로 새롭게 창조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아파트는 수직적 공간만 구분될 뿐, 똑같은 장소에서 먹고 자는 획일화된 공간이다. 그 공간의 구분도 대기업 상표와 암호화한 몇 개의 숫자(아파트 이름과 동'호수)로 표시될 뿐이다. 반면 한옥은 제각각 이름이 있다. 똑같은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과 향취가 녹아있는 삶은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다. 다가오는 주말 고택에서 자신만의 삶을 설계함이 어떨까.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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