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엄마의 딸이 아니었다면…'하고 바랄 때가 있다.
가게에서 엄마가 누구와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들린다. 읽던 책을 덮고 가게로 나갔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이미 술이 취한 상태로 찾아와 술을 사겠다고 엄마한테 행패를 부리고 있다. 엄마는 미성년자라 안 된다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남학생을 달래고 있다. 엄마 말에는 전혀 상관없이 술을 달라며 고집 부리던 남학생은 나를 보더니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갔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내가 밉다.
서른 일곱, 적지 않은 나이에 낳아 곧잘 공부도 하고 믿었던 막내딸. 기대가 참 컸을 텐데 어른이 된 나는 어린 시절 그때보다도 못한 딸로 자라버렸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런 딸이 상처 받을까봐 싫은 소리 한번 못 하신다.
혹시라도 다른 집 딸들에 비해 부족하게 뒷바라지해서 그런가하고 항상 미안해하신다. 엄마는 가끔 "늙은 엄마라서 부끄럽지. 미안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엄마의 딸이 아니었다면…' 지금 엄마가 더 마음 편히 살고 계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송하다.
올해 처음으로 온 가족이 모여 가족사진을 찍었다. 축제 같은 날이었다. 엄마는 그 날 내 옆에도 든든한 누군가가 함께였다면 바랄게 없겠다고 하셨다.
"엄마, 아빠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나 정말 행복합니다. 이렇게 바르게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걱정 마세요. 잘 해 낼게요. 엄마, 아빠만큼 사랑하는 내 사람이 나타나면 그땐 나도 결혼을 할게요. 엄마, 아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서미화(대구 서구 평리6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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