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발빼기 사전 포석?

입력 2008-05-16 10:09:14

대구시는 내년부터 4년간 추진되는 3단계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RIRM)으로 섬유에서 미래형 라이프스타일 소재와 하이테크산업용 소재 육성개발, 메카트로닉스에서 지능형자동차부품과 지능형생산기계, 디지털헬스케어기기 등 4개 분야 12개 사업과제를 선정했다.

하지만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국비 지원이 전단계 사업 때보다 대폭 줄어들어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 경북도의 경우 전체 예산으로 1천714억원이 반영됐지만 5년간 20여개 세부사업에 단순 배분하더라도 연간 17억여원이 투입되는 꼴이어서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 섬유업계에서만 당초 RIRM 사업으로 4천억원을 요구했는데 정작 대구시에 반영된 RIRM 국비지원 801억원은 섬유업계 요구액의 5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섬유, 메카트로닉스, 전자정보기기, 생물산업 등에 각각 200억원씩, 연간 50억원 정도밖에 배정할 수 없다.

이런 실정에서 60여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된 이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한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은 1999년부터 대구·부산·경남·광주 등 4개 지역에서 먼저 시작돼 2002년부터 경북도를 비롯한 9개 시·도로 확대됐다.

대구의 경우 밀라노프로젝트로 알려진 1단계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에 3천67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고 2004년부터 올해까지 추진되고 있는 2단계 사업에는 2천93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4개 분야로 추진되는 3단계 대구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의 국비 지원액은 당초 기대했던 3천억원의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의 국비지원이 대폭 준 것은 올해 국비예산 10% 절감을 계획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운용 방침도 영향을 주었지만 정부가 장기적으로 이 사업을 폐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동안 전략산업진흥사업이 지역간 중복되거나 효율성이 낮은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정부는 지역진흥사업에 대해 지역별 사업선정의 타당성, 사업추진체계, 사업효과에 대한 문제점이 많아 사업 전반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심층 평가를 거쳐 각 지역별 추진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 2008년 예산부터 반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투입된 예산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거나 지역의 산업환경과 연계성이 부족한 사업, 정부 부처 간 중복추진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 등은 우선적으로 정부의 예산지원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잘못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앙정부 차원에서 계획이 수시로 바뀌면서 지역별 전략사업도 변경돼 지역진흥사업 선정의 일관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있었고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추진전략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또 충분한 기획없이 사업을 추진해 도중에 전략업종이 바뀌고 인프라 건설 등에서 중복투자가 많았는데도 정부는 이들 사업들 간 상호협력과 연계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