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업계 시한폭탄 '준공 후 미분양'

입력 2008-05-16 09:23:13

올 4월 2000가구→연말 5000가구→내년 하반기 10000가구

▲ 준공이 끝났지만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아파트들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늘어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시공사는 물론 지역 건설 경기에도 상당한 후유증을 가져 올 것으로 우려된다. 입주한지 몇개월이 지나도록 불꺼진 창이 많은 대구의 한 아파트단지. 매일신문 자료사진
▲ 준공이 끝났지만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아파트들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늘어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시공사는 물론 지역 건설 경기에도 상당한 후유증을 가져 올 것으로 우려된다. 입주한지 몇개월이 지나도록 불꺼진 창이 많은 대구의 한 아파트단지. 매일신문 자료사진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달서구 지역 A아파트. 300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의 현재 입주 가구수는 30%인 100여가구에 불과하다.

이미 입주가 시작됐지만 100여가구가 아직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는데다 계약이 된 나머지 가구도 입주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공사 관계자는 "시장 침체를 감안한다면 올해 연말까지도 입주율이 70~80%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 후 미입주 가구도 문제지만 아직 팔리지 않고 있는 아파트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밝혔다.

올들어 대구 지역에서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대형 쓰나미'로 다가오고 있다.

시공사에게는 엄청난 자금 압박과 함께 '덤핑 처리'에 따른 기존 계약자와의 분쟁의 불씨가 될 뿐 아니라 가뜩이나 체질이 허약해진 부동산 시장 전체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

◆불 꺼진 아파트 시대 도래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대구 지역 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2천가구를 넘어섰다.

지난해까지는 500여 가구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초부터 입주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2천가구를 훌쩍 넘어선 것. 문제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환경이 현재 추세로 이어진다면 연말까지는 5천가구 내년 하반기에는 1만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이 불 꺼진 아파트 단지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미입주 아파트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와는 성격이 판이하다.

시공사로서는 '부도 수표'와 같은 존재. 준공을 위해 은행에서 차입한 돈(PF)으로 공사 대금을 투입했으나 회수 시기가 불투명한데다 매달 이자 부담까지 꼬박꼬박 떠안아야 하는 탓이다. 아파트 분양가를 가구당 평균 3억원으로 어림잡으면 1만가구 정도가 준공 후 미분양이라고 할 때 3조원대의 자금이 '빈 아파트'에 묶이게 된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IMF 때 시공사들이 줄도산한 이유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결정적이었다"며 "시공사에게는 목줄을 죄는 존재"라고 밝혔다.

계약자들에게 미치는 피해도 엄청나다. 준공 후 미분양 가구수가 상대적으로 많을수록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 이하로 하락할 수밖에 없으며 불 꺼진 아파트 입주에 따른 방범과 관리 문제 등 부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부동산 시장 혼란 가중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의 등장은 시장 가격을 뒤흔드는 악재가 되고 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분양가 이하 할인 판매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미분양 처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탓이다.

입주가 다가온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조심스럽게 할인 판매를 검토하고 있으며 달서구 B 아파트 등 몇 개 단지는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부산 지역의 경우는 시공사에서 20~30%까지 공공연히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으며 분양가의 30% 이하 선에서 준공 미분양을 매입하는 펀드 상품까지 등장한 상태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분양가 이하 할인 판매는 결국 시장 가격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낮은 가격에도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또다시 덤핑으로 이어져 결국 악순환을 낳게 된다. 정상가격으로 분양받은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참여 정부 때 만들어진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 등 부동산 정책이 개선되지 않으며 거래 부진에 가격 하락이라는 '쌍끌이 악재'가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는 시공사와 계약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 경제의 상당한 후유증을 몰고 올 것"이라며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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