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섭의 올 뎃 시네마]아이언 맨

입력 2008-05-15 15:15:17

하이테크 슈퍼 히어로의 탄생, 이제 끝

미국은 명실상부한 슈퍼 히어로의 천국이다. 합쳐야 사는 '독수리 오형제'의 고장인 일본과 한국의 합체 로봇이 '뭉쳐야 산다'를 국시로 내세운 동아시아적 가치를 체화한 슈퍼 히어로라면, 미국의 초인 영웅들은 철저히 '내 하나 잘난 맛'으로 악당을 격파하고 지구를 구해낸다. 그런데 이런 초인 영웅의 춘추전국 시대에 새로운 수퍼 히어로가 등장했으니. 이름하야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라고 뭐 스타 크래프트 게임과는 별 상관 없는 무기 산업체의 재벌 2세 되시겠다.

그런데 그는 한국 드라마의 재벌남들과 달리 부모가 반대하는 연애에 빠져드는 것도 아니고, 뻑하면 오토바이 타고 이유없는 반항의 길로 내닫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총애를 받은 과학 천재로 세계 최고의 무기제조 회사를 이끄는 CEO로 승승장구 중이다. 제리코 미사일을 개발하여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는 그는 열 여자 마다 하지 않는 난봉꾼에 야심은 하늘을 찌른다. 거칠것 없이 인생을 즐기던 그가 어느 날 아프가니스탄에서 신무기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가던 중 게릴라 군에 납치당하면서, 가슴에는 커다란 원자력 심장이 달려 버린 포로 신세가 되어 버린다.

'아이언 맨'은 슈퍼맨이 팬티 한장 달랑 집어 입고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도는 와중에 가슴엔 인조 심장을 달고, 첨단 기술이 집약된 아머 슈트를 집어 든다. 흥미롭게도 그는 창 대신 방패를 선택한 21세기 초인 영웅 되시겠다. 어떤 총알도 뚫을 수 없는 초인 영웅. 무기 사고가 빈발한 미국의 환타지로서 아주 적합한 주제가 아닌가?

게다가 토니는 더 이상 낮과 밤을 따로 사는 분열증적인 박쥐나 거미의 사촌이 아니라, 톰 클랜시의 날렵함과 제임스 본드의 바람 기질도 충분히 있는 양지의 슈퍼 히어로다. 그는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 자신이 수퍼 히어로라는 것을 밝히는 당당함까지 지녔다. 특히 자신의 원자력 심장을 교체 하면서 비서에게 재미 있었냐고 물어 보는 유머와 여유나, 인질 생활에서 개과천선한 성숙한 중년 남성의 매력도 이색적이다.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재현하는 남성적 매력과 이상적인 슈퍼 영웅의 힘이 복합적으로 골고루 섞여있는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에 있다. 또한 가벼운 오락영화로서 부담없이 욕심없이 영웅담과 러브 스토리에 집중한 '아이언 맨' 스토리의 강점 또한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데 솔직히 '아이언 맨'은 그래서 이제까지 보아온 슈퍼 영웅이나 첩보물의 재미가 겹쳐치는 동시에, 남는 기억도 별로 없는 무난함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오리지널 없는 오리지널이라고나 할까. 사실 이 작품을 만든 마블사는 원래 이렇게 아우디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말리브 해안에 호화 별장을 세울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 마블 코믹스는 아예 '아이언 맨'을 그들이 세운 제작사 마블 엔터프라이즈의 첫 자체 제작 영화로 만들면서 계속 규모의 몸집을 불려갔다.

90년대 기획되었던 영화가 아프가니스탄의 잔혹한 테러 집단의 위협이나 강렬한 붉은색과 금색으로 도배된 3단계의 완성품 아머 슈트의 진화론으로 스토리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바로 초창기 예산 부족 때문이라고. 헐리우드 특수효과의 거장인 스탠 윈스턴의 손에서 제작된 아머 슈트는 로봇캅의 육중함으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몸을 감싸는데, 결론적으로 아무래도 '아이언 맨'은 '아이언 맨 2'를 위한 예고편 선에서 그치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그의 아머 슈트 설계도를 몰래 입수해 만든 거대 슈트를 입고 숙적 '아이언 뭉거'가 된 악당이 회사 옥상에서 화끈한 대결을 벌이는데, 이 이후의 활약상은 속편에서 확인하시길.

실제로 마약중독으로 재활원과 구치소를 드나들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2편에선 알코올중독에 빠지다 부활 한다고 하니, 더욱더 막대한 규모와 배우와 주인공의 삶이 분간이 되지 않는 '아이언 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철 심장이 얼마까지 업 그레이드 되는지 기다려 보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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