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교사가족

입력 2008-05-15 14:31:25

교육관은 3인3색…아이들 위한 열정은 대물림

"우리 가족요? 저마다 다른 3인3색 교사들 아닐까요?"

정수열(62) 경북기계공고 교장, 김득순(58) 대구일중 교장은 대구에서 유일한 중등학교 부부교장이다. 게다가 1남2녀 중 큰딸인 정지혜(35) 신명여중 교사까지, 명실상부한 교사가족이다.

"내가 직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너는 교장에게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어때?"

"엄마,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게 좋을까요?"

바쁘지 않은 날이면 가족들은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수시로 나눈다. 아이들 이야기부터 최근 발생한 교육관련 사건까지, 교육이 주요 화제다.

이 가족은 저마다 교육관이 뚜렷한'3인3색'교사 가족이다.

올해 8월 퇴임을 앞둔 정 교장은 기업체 경력에다 공학박사 학위, 10년 이상 대학 강의 경력을 두루 갖춘 CEO형 교장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그런가 하면 김 교장은 1993년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작은 도서실을 만들어 2000년 '신지식인 교사 1호'로 상을 받았다. 독서여행지도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 독서교육과 인성교육에 매진해온 것.

정 교사는 똑부러지는 신세대 교사.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비빔밥을 만들어먹고 봉사활동을 함께 나가며 아이들과 더불어 지낸다.

이처럼 서로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가끔은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

국문과 출신인 김 교장과 공대 출신인 정 교장은 서로'멋 없는 공대 출신','30초만 얘기하면 될 것을 10분씩이나 이야기한다'는 등으로 서로 타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 현안에 부딪히면 서로 의견을 나누며 도움을 주고받는다.

정씨 부부에게 딸은'별천지 신세대'교사."우리 때만 해도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교사 중심의 관계였는데 요즘은 완전히 학생 중심이예요. 같이 밥먹고 같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말은 쉽지만 직접 행동으로 하는 딸을 보면 별천지 선생이구나 싶어요." 정 교장의 말이다. 가끔은 너무 철저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적당히 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때도 있지만 딸 역시 아이들의'선생님'이란 걸 생각하면 대견하다.

정씨 부부는 학교에선 엄격한 선생님이지만 막상 집에서'좋은 엄마, 아빠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자평한다. "학교에선 독서를 강조했지만 막상 아이들에게 책 사주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요. 그래도 착하게 잘 자라줘 고맙죠." 대학시절, 연애로 만나 이제 함께 나이 들어가는 부부는 자녀들 대목에선 이구동성이다. 김 교장은 "둘째딸이 '나는 엄마처럼 아이를 다른 사람의 손에 키우게 하지 않겠다'고 말한 대목에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할머니가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셨지만 엄마 손길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단다.

하지만 2년 전 결혼한 정 교사는 이제야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아이를 낳아보니 엄마가 정말 슈퍼우먼이었다는 걸 깨달아요. 소풍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을 싸주시며 최선을 다하셨지만 어린 마음에 엄마의 빈자리가 서운했거든요. 그래도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당당한 엄마가 자랑스러웠어요. 우리 딸도 나에게 섭섭해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되는걸요."

정 교장 부부는 오랫동안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아마추어 테니스 대구대표 선수를 10년 이상 할 만큼 테니스 마니아인 정·김 교장은 주말만 되면 함께 테니스를 칠 정도로 같은 취미를 즐겼던 것. 요즘은 시골집에서 텃밭을 가꾸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말부부 시절엔 오히려 연애기분을 만끽했다고 하니, 부러움을 살만도 하다.

두 사람 모두 교직의 꽃으로 불리는 교장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도 집안일을 거들어주시는 올해 미수(米壽)를 맞는 노모의 공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부가 걸어온 길을 이제 딸이 걸어가고 있다. 딸은 어떤 마음일까. "그저 한해, 한해를 잘 꾸려나갔으면 좋겠어요. 큰 욕심 없어요. 아이들의 진로와 개성을 찾아내 북돋워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면 성공한 교사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엄마·아빠가 그러셨던 것 처럼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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