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소통(疏通)을 주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4일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들과 자리를 함께하며 여러 차례 소통을 얘기했다. 오찬장에서 "젊은 세대에게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펀(fun·재미)이 없으면 의미가 크게 떨어진다. 정책을 만들고 전달할 때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의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정부 조직과 국민 사이의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광우병 문제를 아는 부서는 농림수산식품부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앞서 13일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소통 문제에 있어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틀째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소통은 노무현 정부 때에도 화두였다. 노 전 대통령은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이 막혔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문제제기를 하곤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소통이 안 되는 이유를 '언론'에서 찾은 반면 이 대통령은 '정부'에서 찾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셈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등 위기의 한 원인이 소통 부재라는 데에는 한나라당 소속 다수 의원들도 동의한다. 단지 가장 소통이 안 되는 곳이 청와대라는 것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생각이다.
사실 청와대 직원들은 일에 묻혀 바깥 사람과 만날 시간이 늘 부족하다. 수석과 비서관 등 몇몇 핵심 인사들은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여기에는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청와대 비서진에게는 입이 없다"고 한 말이 한몫했다는 관측이다. 수석과 비서관이 바깥 사람 만나기를 극도로 꺼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류 실장은 사실상 골프 금지령도 내린 상태다.
류 실장 자신도 자주 혼자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통령비서실장과 경호실장에다 인사수석 업무까지 도맡아 늘 일을 하고 있다. 밤 12시 넘게까지 일하고 퇴근하며 뿌듯했다는 얘기도 한 바 있다.
일부 수석도 바깥 사람을 만나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직접 문서를 만든다고 한다. 문서 작성은 보통 행정관이 하는 일로 그 수석이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책상에서 컴퓨터를 치워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복수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대통령실이 소통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홍보라인 정비를 서두르고 있는 청와대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받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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