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청약제도에 지역 업체들 '불만'

입력 2008-05-15 09:34:14

"한달 가까운 청약기간 판촉 손놓고 놉니다"

'아파트를 팔지 말라는 거죠.'

지난해 9월 개정된 '아파트 청약 제도'에 대한 주택회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청약 제도 개편으로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인터넷 청약이 의무화되고 대폭 늘어난 청약 기간 동안은 '선착순 예약' 등 판촉 활동이 금지되면서 청약률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방 분양 시장에서는 청약 제도가 오히려 아파트 판매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회사 관계자들은 "개정된 청약 제도는 수도권 지역의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획일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 대도시와는 동떨어진 제도"라며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청약객이 있어야 청약을 받죠

지난달 20일 대구 지역에서 모델하우스를 열고 청약에 들어간 A업체. 분양 20일이 지났지만 업체 관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를 뿐 별다른 판촉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청약 접수 이후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청약기간 종료 때까지는 계약을 원하는 수요자가 있어도 선착순 판매나 사전 예약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약 기간이 일주일에서 25일 이상으로 대폭 늘어났다는 점. 예전에는 하루만에 1,2,3 순위 청약을 받은 뒤 동, 호수 추첨과 계약을 동시에 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청약 제도 개정 이후에는 청약 일정을 준수해야 한다.

개정된 청약 제도는 특별공급과 1,2,3 순위 접수에 각각 하루씩 4일을 보내야 하며 청약 접수 이후 5일이 지난 뒤에 당첨자 발표가 가능하다. 또 당첨자 발표가 끝나면 5일 뒤 3일간 계약을 받아야 한다. 주말과 공휴일을 합치면 최소 25일에서 30일 정도가 걸리는 셈.

A업체 관계자는 "청약률이 20%로 청약 자체가 의미가 없고 당첨자 발표가 끝나면 사실상 미분양 아파트를 팔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모델 오픈 이후가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고 계약률도 올라가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B업체는 당첨자 발표 이후 미분양 아파트 사전 예약을 받다 해당 구청에 적발돼 '사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B업체 관계자는 "계약자 한명이 귀한 상황에서 오는 계약자까지 막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공인 인증서를 발급받아 실수요자가 직접 인터넷으로 청약 신청을 해야 하는 인터넷 청약도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계약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차라리 깜깜이 분양을

현실을 무시한 청약 제도는 결국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

분양에 나선 시공사들이 한달 동안의 청약 기간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보낸 뒤 선착순 분양때 '정식 오픈' 광고를 하는 이른바 '깜깜이 분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들어 대구 지역에서 분양한 6개 단지 중 3개 단지가 깜깜이 분양을 했을 정도.

올해 수성구에서 깜깜이 분양을 했던 시행사 대표는 "깜깜이 분양을 하면 까다로운 청약 절차 없이 선착순으로 동 호수 지정 계약을 바로 할 수 있다"며 "어차피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는 상황에서 청약 통장 사용자가 거의 없는데다 선착순 분양 때 계약을 하면 원하는 동 호수를 선택할 수 있어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깜깜이 분양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실제 현재 청약 제도에서는 청약률이 1%가 돼도 청약자는 동 호수 추첨을 통해 당첨된 아파트만을 계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청약 제도 변경이 없는 이상 깜깜이 분양은 지방 분양 시장에서 당분간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초기 계약률이 10~20%를 밑도는 지방 분양 시장에서는 이미 청약 제도가 무용지물이 된 만큼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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