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에는 지방이 없다] ②대구경북 투자순위 소외
대구경북의 좌절-빈익빈 부익부 효과에 운다
지난주 김범일 대구시장과 박봉규 정무부시장은 기업유치를 위해 전례없이 함께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단을 만났다. 계열사나 자동차 부품 모듈업체를 대구에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쪽은 완곡하게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물류나 기업환경 등을 고려할 때 '대구권의 기업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
대구시는 또 태양광셀 제조 장비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한 기업에도 최근 여러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이 업체는 군산·새만금쪽에 공장설립과 투자를 확정했다.
1990년대 이후 정부주도의 국책사업이나 정부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대구권에 유일한 국책 프로젝트는 김대중 정부시절 시작된 '밀라노프로젝트'. 10여년간 7천여억원이 투자됐지만 날로 침체하고 있는 대구권 경제를 부흥시키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섬유업계에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었지만 대구경제를 살리는데는 '언 발치에 오줌누기식'의 효과밖에 없었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대기업 투자는 항만·공항 등 물류를 비롯한 기업환경에서 서남해안보다 불리한 대구경북의 지리적 여건, 국책사업에서는 대구경북의 역량부족과 정치권의 무관심이 어우러져 대형 프로젝트 부재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0여년간 한국 경제의 변화상은 인천에서 목포로 이어지는 서해안권에서, 또 전남 여수·광양권을 거쳐 진해·거제·부산에 이르는 남해안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광주전남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지만 대구경북은 낙후된 옛 모습을 바꾸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2001년 경제자유구역에 지정된 인천권은 각종 규제가 대폭 풀리고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주면서 외국 투자가와 기업들이 몰려 인천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인천권은 최근 몇년간 200억달러가 넘는 투자가 진행중이고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전북 군산·새만금에서 전남 목포, 전남 광양만권, 경남 진해1·부산권도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광주는 5조3천억원이 투입되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등 광주의 면모를 탈바꿈시킬 대형프로젝트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20조원이 넘게 투입되는 전남 관광레저도시 건설사업(J프로젝트), 광양항 조성 등 조(兆) 단위 국책사업이 즐비하다. '2012 여수국제엑스포'를 위해서도 인프라건설 등에 10조원이 투자된다.
특히 최근 제시된 서남해안 '선벨트 프로젝트'는 ▷부산권 ▷목포권 ▷전남 순천·여수·광양시, 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의 6개 시·군을 합친 남중(南中)경제자유지역 등 3개 거점으로 나눠 공업단지와 연구·개발 단지 등을 집중 육성한다는 게 골격이다. 선벨트권 구상에는 참여정부부터 추진한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 육성)를 확대하는 것을 비롯, 남중경제자유지역청 설립, 대전~남중경제자유지역 KTX건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조기 개발, 부산 북항 개발 등 부산·경남·전남 지역에서 요구해온 주요 사업이 모두 포함돼 있다.
5년간 광주전남에서만 5개 대형 국책사업에 45조7천375억원 투자가 확정된 반면 대구경북은 8조3천467억원에 불과(상위 5개 사업 기준), 정부 국책사업 및 국비지원의 지역별 편중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동서6축고속도로(2조8천908억원),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2조6천억원), 대구테크노폴리스조성(1조9천억원) 등 8조여원에 불과하고, 그것도 복합개발방식의 광주전남과 달리 인프라나 특정부문에 국한된 단일 사업이 대부분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선벨트 프로젝트를 수도권과 13개 지방의 대립 구도를 수도권과 선벨트권의 1대 1 구도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이대로 진행될 경우 수도권과 서남해안권에 밀려 대구경북 경제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남해안권의 부상과 도약은 대구경북이 한 발도 치고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10여년간 대구경북이 정부 투자우선 순위에서 차별을 받아왔다"며 "지역간 차별적인 대우가 시정되어야 하고 영남권신공항 신설과 지식경제자유구역, 포항신항만 확충, K-2 이전 등 대형 프로젝트에 정부의 지원과 대기업들의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 등 30대 그룹이 최근 올해 95조6천억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으나 모두 수도권과 남서해안권에 투자가 집중된 채 대구경북은 단 한건의 대형투자도 없다. 수천억원에서 조단위가 투자되는 대형 프로젝트 17개 사업은 ▷수도권 5건 ▷충남 4건 ▷전남 3건 ▷부산·울산·경남 4건 ▷전북 1건 등으로 대구경북은 한 건도 없고 소규모 투자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대기업들의 대구경북 외면이 계속되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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