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장 5시간 혈전
박종호(34)의 올 시즌 목표는 삼성 라이온즈의 2루수로 출장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스위치 히터'라는 장점을 앞세워 39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을 세웠고 유격수 박진만과 함께 국내 최고의 '키스톤 콤비네이션'을 선보였던 것도 과거일 뿐. 지난해는 부상 여파로 신명철에게 주전 2루수 자리를 내줬고 올 시즌에도 주전 자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 듯 보였으나 11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7대10 패)에서 실수 2개로 3실점의 빌미가 되는 등 탄탄했던 수비는 아직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박종호에겐 한 방이 있었다. 1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3대3 동점인 연장 12회초 2사 1, 2루 때 대타로 나선 박종호는 2타점 적시타를 작렬, 5대3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이날 경기는 9회에 거의 끝난 듯이 보였다. 2대1로 앞선 삼성은 9회초 타격감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양준혁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더 달아난 뒤 9회말 마무리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코칭스태프는 11세이브를 거두고 있는 '철벽' 마무리 투수가 2점 차 리드는 능히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어긋났다.
오승환은 이승화와 이대호에게 안타를 허용해 1사 1, 3루 위기에 몰린 뒤 강민호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타석에 선 이는 앞선 4타석에서 안타가 없었던 마해영. 오승환은 전성기가 지난 마해영을 구위로 압박했지만 마해영의 타구가 3루수 옆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3대3 동점이 되어 버렸다.
4월25일 롯데에 3대2로 앞선 연장 10회말 등판해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맞아 고개를 숙였던 오승환은 이튿날 깔끔한 세이브로 설욕했지만 이날 또다시 롯데에 일격을 당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경기에 질 수도 있다는 것보다 마무리 오승환이 무너졌다는 점이 삼성으로선 심리적으로 더 큰 타격. 박종호의 적시타로 승리를 거둬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것이 다행이었다.
3대3으로 맞선 12회초 삼성은 선두 타자 조동찬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으나 신명철이 투수 앞 땅볼을 치는 바람에 조동찬이 2루에서 아웃,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신명철이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김재걸이 내야 수비 실책으로 출루해 찬스를 되살렸다. 절호의 찬스에서 박석민이 범타로 물러났으나 허승민 대신 나선 박종호의 방망이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비록 오승환이 승리를 지키는 데 실패했지만 나머지 삼성 불펜은 최고라는 명성대로 롯데 타선을 봉쇄,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선발 윤성환(5이닝 4피안타 1실점)에 이어 차례로 등판한 안지만-권오원-차우찬은 8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텼고 오승환 뒤에 마운드에 선 정현욱은 3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솎아내며 9타자를 삼자 범퇴로 처리,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 소요 시간은 5시간 5분으로 올 시즌 최장 시간 경기 신기록. 삼성은 이날 승리로 19승20패를 기록하며 롯데를 4위로 한 계단 끌어내리며 두 팀간 승차도 2경기 차로 좁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14일 야구 전적
삼성 010 010 001 002-5
롯데 100 000 002 000-3
▷삼성 투수=윤성환 안지만(6회) 권오원(7회) 차우찬(8회) 오승환(9회) 정현욱(10회·3승) ▷롯데 투수=이용훈 강영식(5회) 배장호(6회) 나승현(8회) 최향남(10회) 김일엽(12회·1패) ▷홈런=양준혁(9회 1점·삼성)
KIA 10-4 한화
두산 8-3 SK
우리 4-0 LG
■15일 선발 투수
삼성 배영수-롯데 매클레리(마산)
한화 정민철-KIA 리마(대전)
SK 채병용-두산 랜들(문학)
LG 심수창-우리 장원삼(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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