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위한 사업 치고받다 망칠 판
영남대와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 등 지역 발전에 협력해야 할 핵심기관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세계적 다국적 기업의 유치가 무산된 데 이어, 지역전략산업 프로젝트마저 좌초될 위기를 맞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대학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갈등을 촉발한 경북테크노파크 '부지'=경북도지사와 영남대총장이 공동이사장을 맡고 있는 경북테크노파크(이하 경북TP)는 올해 초 이사회 개최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식경제부의 지침에 따라 이사장을 '경북지사' 단독체제로 바꾸려 하자, 영남대에서 출연부지 15만3천120㎡(4만6천400평)에 대한 임대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영남대는 1998년 경북TP 설립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부지현물출연협정서(시가 278억원)'를 제출했지만, '7년 동안만 부지를 무상 출연한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를 따로 작성해 보관해 왔던것. 이면계약서를 근거로 한 영남대의 임대료 요구에 대해 경북TP 이사회는 "재단법인에 출연한 부지에 대해 임대료를 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거부했다.
이 문제는 결국 지난 3월 말 이사회에서 10년간 공동이사장제를 유지하는 대신 임대료를 내지 않고, 다만 제세공과금은 재단에서 부담하기로 타협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향후 경북TP '부지'에 대한 소유권 다툼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남게 됐다.
◆포항으로 간 지멘스=세계적 다국적기업 지멘스㈜는 지난해 말 경북TP 입주를 사실상 결정했지만, 영남대의 반대로 올해 3월 포항TP에 입주하기로 했다.
우동기 영남대 총장은 "여직원 수백명이 근무하는 생산공장을 대학캠퍼스 내에 유치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R&D기업을 유치하겠다는 테크노파크의 기본 취지에도 맞지 않아 지멘스 입주를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항TP는 기꺼이 이 지멘스의 공장(?)을 유치했을 뿐만 아니라, 포항TP 역시 포스텍이 위치한 지곡단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 총장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경북도와 포항시, 포항TP는 지멘스 투자유치를 계기로 산·관·학·연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루는 초음파 의료기기의 아시아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세계적 다국적 기업이 인정한 입지'라는 점을 활용, 30년간 5조6천억원이 투입될 '첨단의료복합단지' 포항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산시 반격에 나섰었나?=영남대의 지능형자동차연구센터 사업은 경산시의 반대로 암초에 걸렸다.
영남대는 지난 2년 동안 전자부품연구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와 공동으로 지능형자동차에 대한 기본연구를 마쳤다. 그러나 이 사업이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관련 지자체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데, 경산시에서 경북도에 부정적 의견을 공식 통보했던 것이다.
이처럼 '치고받기식'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지역 주민들 사이에 "지역발전에 앞장서야 할 대학과 지자체가 오히려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이에 최병국 경산시장은 13일 지능형자동차사업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박용완 영남대 교수의 방문을 받고, 14일 중으로 지능형자동차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경북도에 다시 통보하기로 했다.
경산지역 주민들은 "뒤늦게나마 경산시와 영남대가 다시 화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다행스럽다"면서 "영남대 관계자들도 경산캠퍼스 부지를 주민들로부터 헐값에 사들여, 이 중 일부를 한국조폐공사에 되팔아 부지 구입비와 건물 신축비까지 모두 충당했던 사실을 바로 인식하고, 지역사회와 상생의 길을 찾는데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석민기자 sukmin@msnet.co.kr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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