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경쟁령 명분 속 '수도권 공화국' 다시 가속페달

입력 2008-05-14 10:08:21

[MB정부에는 지방이 없다] ①균형발전 포기하나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과 공동발전을 표명하고 있지만 최근 혁신도시 재검토, 광역경제권 폐기, 수도권 규제완하 본격추진 등에서 보듯 '지방을 위한, 지방의 정책'은 사라지고 있다. 중앙과 수도권, 대기업만 있고 지방과 지역, 중소기업은 없는 형국이다.

서정해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은 "현 정부의 정책을 보자면 수도권을 위한 경제정책(Economy Project)만 있지 경제정치(Political Economy)는 없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지방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명박 정부의 지방정책은 어떨까?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자 '수도권 규제완화는 필요하다', '국가균형원 설치는 필요없다', '지방재원 확충을 위한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 신설은 판단을 유보한다'고 응답, 지역균형발전 시각보다는 수도권 중심적인 시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또 로스쿨 정원배분에 대해서도 대학경쟁력 중심으로 가야 한다거나, 지방의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에 대해서도 서울고법에만 시범설치해야 한다는 등 지방에 대한 배려나 고려는 없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한국정책학회가 주최한 '2007 대선후보 정책공약 토론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정책이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지도 못했고 투자 위축과 공장 해외 이전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했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현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와 '지방균형발전' 모두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는 지방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혁신도시를 재검토하고 '서남해안 선(SUN)벨트 프로젝트'를 광역경제권 구상과 대체하며 수도권 규제완화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돌발성 사태라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홍덕률 대구대 교수(국가균형발전위원회 민간위원)는 "국가 균형발전은 역대 정권이 모두 국정지표로 삼았지만 그나마 참여정부를 제외하고는 '구두선'에 그쳤다"며 "18대 국회 원구성을 마치면 친기업 정책을 명분으로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진형 지방분권대구경북 상임대표는 "현 정부의 태생요인이기도 한 '경제살리기'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모든 정책을 집중할 것이고 여기서 반분권적, 반균형발전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경제살리기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대기업들의 투자유도와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견인수단으로 한 성장전략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5%대로 낮춰 잡긴 했지만 이른바 '747 전략'(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7대 강국 진입)을 비전으로 한 이 대통령의 경제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선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방발전 정책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지렛대용'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경우,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줄곧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해야 하지만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도권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지방정책 부재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 위원장의 선임에서도 속내가 드러난다.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냈고, 경기선진화위원회 위원장으로 공공기관 이전 및 혁신도시 재검토론을 주장하는 등 대표적인 국가균형발전 정책 반대론자로 꼽히는 최상철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를 내정한 것. 또 청와대는 균발위를 국가 균형 발전 정책에 대한 단순한 자문 기구로 조직과 위상을 축소시킬 계획으로 있다.

현 정부의 수도권 중심 정책기조에 따라 수도권에 산업과 인력, 자금이 몰리는 이른바 '수도권 공화국'이 머지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조진형 대표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지금도 위험수위다. 새 정부에서 가속화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비극을 잉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통계청은 돈도, 사람도, 자금도 비수도권을 떠난다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수도권 집중 가속화로 2011년이면 우리 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할 것이라는 것. 대한상의는 상호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조차 이들이 조성한 자금의 3분의 1가량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북은 절반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심각한 상황 때문에 대한상의조차 정부에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을 정도다.

임경호 대구상공회의소의 조사홍보부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와 선벨트 구상까지 더해지면 대구경북은 소외를 넘어 수십년간 한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중심 정책이 노골화하면서 지역균향발전협의체, 수도권과밀반대전국연대, 지방분권국민운동 등 145개 단체들은 16일 오후 대구엑스코에서 '지방분권과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전국회의'를 열고 정부의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이명박 대통령 지방분권·균형발전 입장

▷국가균형원 설치-필요없다

▷수도권 규제완화-필요하다

▷지방재원확충(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신설)-판단유보

▷행정구역 초광역권 개편-신중검토

▷로스쿨 정원배분-대학경쟁력 중심

▷지방의 고법 상고부 설치-서울고법에만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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