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田 감사원장 사퇴와 KBS 정 사장 버티기

입력 2008-05-14 10:54:02

전윤철 감사원장이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전 감사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줄곧 교체대상 1호로 오르내린 인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고 노무현 정부에서 감사원장 자리에 연이어 오른 탓에 과거 정권의 대표적 코드 인사로 꼽혀왔다.

본인은 기자회견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라고 사퇴이유를 밝히면서도 자신에 대해 '영혼 없는 공직자'라는 지적이 있는 것을 억울해 했다. 감사원이 최근 공기업과 혁신도시의 감사 내용을 발표한 게 '코드 감사'가 아니냐는 비판여론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눈치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180도 태도를 바꾸어 새 정권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했다는 비판이 억울하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지난달 31개 공공기관의 부실경영과 부조리 감사결과를 내놓은 것은 느닷없는 일이었다. 새 정부의 공공기관장 물갈이에 대한 측면지원 아닌가. 자신들은 오래전부터 한 감사라지만 속 보이는 소리다. 혁신도시 부가가치 과다 산출을 문제 삼은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정부위원회 난립을 지적한 감사도 마찬가지다. 이들 감사 대상은 모두 노무현 정권이 중점적으로 감싸고 추진한 사안들이다.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요란을 떠는 것은 누가 봐도 정권 따라 칼을 휘두르는 '코드 감사' 아닌가. 스스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저버린 것이다.

어쨌든 전 감사원장은 임기 4년을 3년 이상 남기고 물러났다. 대통령 직속 기구의 수장인 만큼 상징성을 띤 과거 정권 인물의 퇴진이다. 그런데 여론은 물론이고 조직 내부로부터 편파방송'부실경영 비판을 받는 KBS 정연주 사장은 오늘도 자리를 부둥켜안고 있다. 임명 자체가 정치적이기 때문에 임기 보장 주장은 웃기는 얘기라는 KBS 노조의 퇴진운동을 정 사장은 코웃음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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