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가 발목…50층대 그쳐
'대구는 왜 랜드마크가 될 만한 초고층 건물이 없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두가지. 우선 취약한 경제력 탓에 초고층 건물의 마땅한 건립 주체가 없는데다 짓고 싶어도 각종 규제 탓에 현실적으로 신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초고층 건물 붐이 일면서 규제 일변도의 대구시 건축 도시 행정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전국 대도시 중 유별나게 건축 행위 제한이 많아 대구에서는 현실적으로 50층 이상 상업용 건물을 짓기가 힘든 탓이다.
건축 전문가들은 "외국뿐 아니라 부산이나 인천 등은 각종 규제 개혁을 통해 랜드마크 성격이 강한 초고층 건축물 신축을 장려하고 있지만 대구는 규제에 발목이 묶여 고층 건물을 지을만한 부지를 구하기가 어렵다"며 "현대적인 도시 구조에 맞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가 미덕
현실적으로 대구에서 가능한 초고층 건축물 높이는 얼마나 될까.
여기에 대해 건축사들은 40~50층이 한계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 높이는 인접한 도로나 공원, 호수 등 건축이 불가능한 부지의 폭 1.5배를 넘을 수 없다.
도로폭이 10m면 15m 건물이 가능하며 역으로 폭이 넓은 하천이나 공원 등을 접한 건축물은 100층 이상 건립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구는 신천과 앞산, 수성못 주변 등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는 대부분 조망권 확보 차원에서 '최고 고도 지구'로 묶여 있어 4층에서 15층 이하 건축물만 신축이 가능하다.
다른 대안은 도로나 철도. 대구에서 가장 넓은 도로는 동대구로로 70m며 다음은 달구벌대로로 폭이 50m 정도다. 동대구로에다 단순하게 건물 높이를 적용하면 도로 폭의 1.5배인 105m가 건물 최고 높이며 달구벌대로는 75m가 한계점이다.
아파트의 경우 한층 높이가 3m, 상업용 건물은 4~4.5m인 것을 감안하면 동대구로나 달구벌대로에서 신축 가능한 상업용 건물은 고작 30층 전후에 불과한 셈.
최명환 건축사는 "건축물을 지을 때 통상 도로에서 10~20m 뒤로 물리게 되는 만큼 이를 적용하면 최고 높이를 더 적용받을 수 있으며 공개 공지를 기부채납하면 최고 1.8배까지 건축물 사선 제한폭이 늘어난다"며 "이를 반영하더라도 50층 이상 건물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대구로를 끼고 있는 수성구 황금네거리 주상복합 아파트인 SK 리더스뷰(57층)가 당분간 대구에서 가능한 최고층 건물이 될 전망.
SK리더스 뷰는 달구벌 대로에서 최고층 동이 50m 물러나 있어 198m까지 높이를 허용받았지만 단일 건물만 들어서는 상업용 건물은 이 정도 높이를 적용받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초고층이 가능한 땅을 찾아본다면
대구 수성구 시지와 인접한 경산시 중산 지구(구 새한부지)에는 내년도에 최고 높이 63층의 주상복합이 신축에 들어간다.
중산 지구 전체 부지가 83만㎡에 이르고 초고층 건물 옆에 폭 200m가 넘는 호수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측은 당초 100층 이상까지 검토했다 건물 높이를 63층으로 내려잡았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참여해 있고 개발 시기가 중산과 비슷한 동구 봉무동 이시아 폴리스는 주거와 상업, 산업 지역이 함께 있는 자족형 도시지만 최고층 건물은 15층에 불과하다. 대구공항의 비행 고도 제한에 걸리는 탓이다.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중인 동대구 역세권도 마찬가지. 대구 공항과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비행 6구역으로 설정돼 있어 30층 이상은 비행 구역 조정이 없다면 아예 불가능하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대구에서 50층 이상 상업용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곳은 침산동 신천변의 중심 상업 지역과 금호강변 등 몇 곳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이런 부지는 상업성이 떨어져 초고층 건물을 짓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법규상 규제뿐 아니라 초고층에 대한 심리적인 규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4일 대구시는 교통영향 평가 심의를 열고 달서구 두류동에 신축 계획인 30층짜리 호텔 및 극장 등이 들어서는 복합 건물에 '교통 발생량 감소'를 요구하며 심의를 보류했다.
해당 시행사 관계자는 "호텔 건물이 대구에서 가장 넓은 7호 광장과 달구벌 대로를 접하고 있지만 막연히 교통 발생량을 줄이라고 하면 결국 건물 규모를 축소하라는 것"이라며 "예전 심의에서 나온 보완 사항을 모두 이행했는데 재심의 결론이 나와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이 업체는 2011년 세계 육상대회 이전 건물 준공이 힘들 수도 있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이 가능하려면
전문가들은 '규제 탈피'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건축물 높이를 사선 제한이 아니라 가로구역별 제한으로 변경해 도시계획상 일정 블록 내에는 초고층 건물 신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
현재 서울은 이 제도를 이미 적용하고 있으며 이미 건축법도 '블록별 높이 제한'을 하도록 개정돼 있다.
신동출 대구건축사회 회장은 "외국이나 타도시에 쑥쑥 올라가는 초고층 건물을 본 뒤 대구에 돌아오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도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도시 계획상 불필요한 고도 제한은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신 회장은 "대구는 사선 제한 규제로 고층 부분이 이상하게 꺾인 건물이 많은 것도 특징(?)인데 외국에서는 도로 사선 제한으로 층수를 제한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와 달리 타 도시의 마천루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이나 바다를 접하고 있는 부산이나 인천 등은 현재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일반 부지에도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초고층 건물 신축을 장려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고층 건물 건립을 위해서는 블록별로 층수를 제한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지만 시 조례 개정을 위해서는 용역과 공청회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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