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니 별/김원일 지음/도서출판 강 펴냄
소설가 김원일(66)은 한결같은 보폭으로 걸어왔다.
196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1961년 알제리아'로 등단한 이후 올해로 43년을 맞는다. 그는 2005년 연작소설 '푸른 혼', 2007년 '전갈'에 이어 이번에 일곱번째 소설집 '오마니별'을 냈다. 지난 2004년 '물방울 하나 떨어진'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집이다. 그의 쉼 없는 창작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오마니별'은 표제작을 비롯해 '용초도 동백꽃' '임진강' '남기고 싶은 이야기' '카타콤' '화가의 집' 등 여섯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전쟁과 분단이 빚어낸 고통과 그 속에서 상처받은 영혼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여전하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용초도 포로수용소에서 군인으로 전쟁의 한복판을 지나온 '용초도 동백꽃'의 김 노인과, 피난길에 어머니와 누이를 잃은 충격으로 기억을 상실한 채 전쟁고아로 평생을 살아온 '오마니별'의 조 노인은 개인의 수난사를 떠나 시대에 휘말려 일렁거린 전쟁 비극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김원일의 아버지는 1950년 3남매와 아내를 남겨둔 채 패퇴하는 인민군과 함께 북으로 떠났다. 아버지의 빈자리와 졸지에 과부가 된 어머니, 그리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전쟁고아였다가 북파공작원이 되었던 두 젊은이의 맑은 우정을 그린 '임진강', 북한 주민에게 전할 구호품을 가지고 북한 잠입 선교에 나선 목사를 그린 '카타콤',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고 정작 본인은 죽음에 이르렀을 때 영양실조가 사인으로 밝혀진 지방 대토호 종부(宗婦) 평촌 마님을 그린 '남기고 싶은 이야기' 등은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구원받으려는 작가의 몸짓과도 같은 것이다.
지은이는 "통일은 요원한데, 남북조 시대를 살고 있는 이 민족의 고통과 그늘이 소설의 주조를 이루었다"며 "소설이 무엇인가를 붙잡고 사십여년을 심사숙고해온 결과, 문득 앞을 보니 어느덧 종착점 언저리에서 서성이고 있다"고 '작가의 말'에 적적한 마음을 적고 있다. 384쪽. 1만1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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