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변종 바다이야기'

입력 2008-05-13 10:04:34

PC도박 등 '독버섯'…상품권 대신 골프공 등 경품

▲ 2006년 바다이야기의 대대적인 단속 이후 게임장을 내건 도박장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2006년 바다이야기의 대대적인 단속 이후 게임장을 내건 도박장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바다이야기, PC도박 등 온라인 사행성 게임이 또다시 독버섯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경찰의 대대적인 '바다이야기' 단속 이후 게임장은 정체 불명의 'OO월드' '△△게임랜드' 등 변종 바다이야기로 간판을 바꿔 달고 불법 영업을 일삼고 있다. 정부는 2006년 바다이야기 파동 이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 경품 지급을 금지하면서 성인용 PC도박 단속에 박차를 가했지만, 바다이야기 업소가 자취를 감춘 자리에 '전체이용가'의 탈을 쓴 변종 PC도박물들이 범람하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게임장. 40여대의 게임기 앞에 20여명이 앉아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1만원짜리 지폐를 게임기에 넣으면 한번에 500원씩 20판을 할 수 있다. 이 업소는 예전의 상품권 대신에 골프공, 책받침, 학생용 문구류 등을 경품으로 줬다. 한 손님은 인근 가게에서 환전을 할 수 있다고 전해줬다.

업소 관계자는 "손님들이 '바다이야기'의 추억을 갖고 있어 지난해 말부터 대구에만 100곳 가까운 게임장이 생겨났다"며 "건전하게 운영하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환전 현장 적발이 어렵고 예시 연타 기능 등 눈으로 확인되는 위법사항을 저지르지 않아 단속도 쉽지 않다고 했다.

PC도박장은 인터넷을 타고 더욱 활개치고 있다. 온라인 프로그램 덕분에 더이상 외딴 건물이나 시골 비닐하우스 등에 숨을 필요도 없고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적도 어렵다. 전직 PC도박장 업주 김모(35)씨는 "예전에 몇백만원 했던 바다이야기 기계가 이제는 프로그램과 컴퓨터 한 세트에 40만원밖에 하지 않는다"며 "고객들에게 온라인으로 바다이야기에 필요한 게임머니를 공급해 주고 돈을 입금받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아예 포커, 바카라 등의 도박이 온라인상의 실시간 도박장에서 열리고 있다. 최모(34)씨는 3일 전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라이브 바카라' '온라인 카지노 마카오 정식업체' '기존의 온라인 도박은 잊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카지노 딜러 의상을 한 젊은 여성이 실시간 카드를 돌리고 있는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그는 "영화에서나 본 카지노 화면이 이메일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며 "호기심에 관련 사이트로 접속해 1시간 만에 수십만원을 잃었다"고 후회했다. '온라인 중계 도박장'들은 화면 뒤편에 TV생방송까지 틀어놓고 '실시간'을 강조하면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이용가 게임업소 단속을 통해 이들에 대한 등록이 취소됐으나, 게임기 제조업체 측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여서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며 "도박으로 인한 피해가 큰 만큼 단속근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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