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시끄럽다. 고소영 내각이니, 강부자 내각이니 하면서 부자내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청와대 비서관들의 평균재산도 17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비서관들의 재산공개 전, 청와대가 나서서 그동안 내지 않고 있던 세금을 내게 하고, 문제가 될 법한 부동산이나 주식을 처분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자인 게 죄냐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억하심정이라고 몰아붙인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들의 재산형성과 관련된 보도를 보면 이건 아니잖아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동아일보 기자 시절 강원도지사가 추천해 준 춘천 땅을 샀다고 한다. 대변인이 되면서 이게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언론사 편집국장으로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야, 좀 봐줘" 했다고 한다. 직접 농사를 지어야만 도시사람이 농촌 땅을 살 수 있다는 법조항을 피하기 위해 거짓으로 영농계획서를 제출했으면서 자신은 모르는 일이란다. 이동관 대변인뿐이 아니다. 불법에 편법을 동원하여 재산을 불리고도 하나같이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하기야 이런 뻔뻔함이 있어야 진짜배기 부자로 살 수 있는 건지 모른다.
광우병 걱정으로 청소년, 주부들이 거리에 나서서 미친 소 먹을 수 없다고 촛불시위를 하니까 걱정하지 말란다. 나라가 국민에게 몸에 해로운 것 먹이겠느냐, 광우병에 걸려 죽을 확률은 떡 먹다 죽을 확률보다 낮다, 촛불시위에 배후가 있다는 등의 말들을 해명이라고 내놓는다. 라면, 밀가루 등 생필품 가격은 치솟고 조류독감, 광우병 걱정으로 외식인구가 줄어드는 바람에 영세한 식당들은 손님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하면서 치솟는 사료값에 떨어지는 소값에 불안감을 느낀 한우 농가는 하루라도 빨리 소를 팔려고 내놓는데 며칠 사이에 소값이 뚝 떨어졌단다. 땅을 치고 가슴을 두드리다 못해 자살하는 축산농민의 비극이 어디 남의 일일까.
집권 2개월 만에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민심은 흉흉하기만 하다. 참 궁금하다. 대통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통령은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보려는 생각이 있는 것일까. 자신의 권한 범위가 넓어질수록,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리더는 자신의 귀가 넓어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혜와 시각을 빌리기 위해 기꺼이 마음을 열고 있는지, 아니면 부하 직원에게 호통치고 박살내면서 그걸 동력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는지, 의견이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자기주변의 가신들에게만 둘러싸여 있는지.
법가사상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철학자 한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자신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거울로써 자기 얼굴을 비춰 보았다. 또 자기 지혜만으로는 자신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길로써 자기를 바르게 했다. 그러므로 거울은 허물을 드러냈다고 해서 죄가 되지 않으며, 길은 잘못을 밝혔다고 해서 원망을 사지도 아니한다. 거울을 잃어버리고 자기 눈으로만 보려 하면 수염이나 눈썹을 단정하게 다듬을 수 없고, 길을 잃어버리고 자기 몸이 가는 대로 살아가려 하면 유혹에 빠져도 알 길이 없다.」(이상수, '한비자, 권력의 기술')
경청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거울에 자기 모습이 비친 것으로 여기고, 비난을 듣더라도 자기에게 허물이 있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여긴다. 물론 진정한 리더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태에 대해서건 수많은 사람들의 말을 참조하고 대조하여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국민들의 말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이렇다 보니 지방행정기관의 장들도 점차 주민들의 의견 듣기를 소홀히 하는 듯하다.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는 불신과 반목이 생기고, 종국에는 치유하기 힘든 파국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귀를 활짝 열고 국민들의 불안과 의혹을 해명하며,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해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신남희 새벗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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