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원자재값 상승, 원/달러환율 불안 등으로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규제이다. 기업규제는 기업과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어버린다는 점에서 어느 것보다 중요한 선결과제다.
새 정부가 기업규제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어 기대감이 크지만 상당수 규제완화 조치들이 대기업 위주로 진행돼 오히려 중소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일신문은 제20회 중소기업주간(12~17일)을 맞아 '새정부 출범에 따른 지역 중소기업 발전방안-중소기업 규제완화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통해 각종 규제가 지역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바람직한 규제완화 방법을 모색했다.
▷일시·장소=5월 7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구경북본부 회의실
▷참석자=안병화 대구경북중소기업청장, 김상훈 대구시 기업지원본부장, 정태일 대구경북중소기업협동조합연합회장, 이의열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이사장, 진영환 대구경북기계조합 이사장, 서찬수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
▷사회=최정암 매일신문 경제부장
?사회=지역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규제는 무엇인가.
▷이의열 이사장=섬유산업은 외국인 근로자를 가장 많이 쓰는 업종이다.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외국인들에게 최저임금제를 적용해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은 다르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도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쓰고 있지만 최저임금제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하지는 않는다.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진영환 이사장=공장용지 부족으로 기업경영에 어려움이 많다. 많은 기업들은 공장 건폐율을 상향 조정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건폐율을 높이면 산업용지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또 공단을 조성할 때 분양가를 낮춰 기업의 금융부담을 경감시키고 생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장 설립시 각종 영향평가제도나 토지용도 변경, 산업단지 규제 등 창업과 관련된 규제를 없애야 한다.
?사회=정부 또는 시에서 현재 추진중인 중소기업관련 규제완화 정책은.
▷안병화 청장=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환경은 세계 178개국 중 110위다. 중기청은 최저자본금 폐지 등 창업절차 간소화 방안을 마련해 국가경쟁력위원회 2차 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또 중소 벤처기업의 창업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창업지원센터'를 설치해 국세청, 법원, 지자체 등에 산재해 있는 법인설립 및 사업자등록, 인·허가 취득 등의 업무를 일괄 지원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규제개혁과제 추진상황을 매월 점검·관리하고 원활한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김상훈 본부장=시에서는 규제개혁의 제도적 정비도 중요하지만 개별기업의 구체적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해결해주기 위해 '기업현장 민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 대구국세청의 협조로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우수 기업에 대해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해 주는 등 규제완화에 힘쓰고 있다.
?사회=지역 중소기업 입장에서 규제개혁이 가장 미흡한 부분은.
▷진영환 이사장=지역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역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기업활동을 영위하고 경영권 방어 및 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증여세 및 상속세를 완화해 가업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정태일 회장=기업은 생물이기 때문에 존속해야 한다. 가업승계를 한쪽에서는 '부의 승계'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책임의 승계'다. 가업을 승계하려면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는 생존을 결정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또 시가 '대구주식회사'라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시와 중소기업이 한 배를 탔다는 마인드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이의열 이사장=현재 자산 70억원 이상의 업체에 적용되는 외부감사 대상 업체를 자산 150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 또 1년에 2번 시행하는 소음관리 측정은 3년에 한번 정도로 줄여야 한다.
?사회=급속한 규제완화가 앞으로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서찬수 연구원=중소기업과 지방의 목소리나 이익보다는 대기업과 수도권의 주장이 정책에 더 많이 반영된 듯하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 규제완화, 은행 인허가 요건 완화, 법인세율 인하 등 대기업 프렌들리 규제완화 정책은 두드러지는 반면 중소기업 프렌들리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수직적 하청구조로 여러가지 불공정거래에 희생당하고 있다. 하도급 횡포의 근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체제 구축, 금융지원, 기술훈련 등의 중소기업 및 지방 프렌들리 정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태일 회장=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오면 막대한 혜택이 있다. 하지만 지방 토종기업은 소외받고 있다. 수도권 기업과 지방 토종기업들이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앞으로 규제완화 추진계획은.
▷안병화 청장=정부의 각종 규제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평가하고 중소기업의 규모와 규제준수 능력에 따라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영향평가제도를 추진할 것이다. 또 규제이행의 모니터링, 현장애로 발굴 및 정책 실효성 평가 등을 위해 중소기업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운영할 계획이다.
▷김상훈 본부장=지속적으로 중소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불합리한 법과 자치 법규를 발굴해 정비해 나가겠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영향을 받는 일반적인 기업규제는 개선이 쉽지만 소수의 기업에만 해당되는 규제는 개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없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
?사회=규제완화의 바람직한 방향은.
▷서찬수 연구원=규제는 세금과 같아서 없앨 수는 없다. 규제수의 감소보다는 불량규제를 없애고 규제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지킬 수 있는 규제를 만들고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 허용을 원칙으로 하고 국민건강보호, 환경오염 배출기준 등 필수 규제만 존치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화돼야 할 규제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규제에 따르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자문을 받기 어렵다. 같은 규제라 하더라도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부담이 과중하기 때문에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태일 회장=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이 지역 기업을 활성화시키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를 스스로 발굴·개선시키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과 지속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이의열 이사장=규제완화는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법조문에 얽매여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책상에서 결정한다면 규제완화는 실현되기 어렵다. 항상 대화창구를 열어놓고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진영환 이사장=급격한 규제완화는 오히려 해가 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보편타당한 방향과 업종간 형평성을 고려한 규제완화가 바람직하다.
▷안병화 청장=규제 수의 감소라는 양적 접근이 아닌 규제품질 제고라는 질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법령 외에 조직, 인력, 예산 등도 함께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상훈 본부장=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존재하는 현실적 장벽을 없애는 정책도 필요하다.
정리·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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